프리고진, 모스크바 향해 1000km 단숨에 돌파 진격하다 회군
전쟁도 명분과 정당성 중요, 용병을 끌어들인 러시아의 자충수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일단 막을 내렸지만 러우전쟁의 변곡점 불씨 남겨
[파이낸셜뉴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이 반역과 관련해서 깊이 착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반역자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주장했다. 바그너 기업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 하루 만에 병력 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짧지만 강력했던' 무장 반란이 비록 하루 만에 막을 내렸지만,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며 향후 우크라-러시아 전쟁에 큰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측근 프리고진의 하루반란, 철수했지만 푸틴 리더십 큰 상처
러시아 군 당국과 불화를 겪고 있던 프리고진은 "탄약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내다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 지도부의 '악'을 막겠다며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고 총구를 러시아 본토 모스크바로 돌리며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9시 작전을 개시했다.
프리고진의 선전 포고에 즉각 반응한 러시아 크렘린궁은 2~3시간 만에 프리고진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멈춤없이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에 진입한 데 이어 이날 오전 7시 30분엔 모스크바로부터 1100km 떨어진 "러시아 서남부 지역인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군 사령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배신자"라며 반역 가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경고가 담긴 대국민 연설을 발표했다.
그러자 2시간 뒤인 낮 12시 프리고진은 "우린 반역자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반박하며 모스크바에서 500km 떨어진 보로네시주 입성 소식과 전했다. 이곳에선 바그너그룹과 러시아군간 교전이 발생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모스크바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진군해 모스크바를 불과 200km 앞두고 있다고 주장하던 프리고진은 24일(현지시간) 밤 8시가 지나갈 무렵 돌연 '철군'을 선언했다.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에 반란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에 따라 모스크바로 향하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다시 방향을 돌려 떠나고, 바그너군도 처벌을 면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민간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각) 로스토프나도누 남부군 사령부를 떠나면서 시민과 웃으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문가 분석, "용병을 끌어들인 러시아의 자가당착이자 자충수".."전쟁서 명분과 정당성은 중요"
이를 놓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대적인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고 용병까지 끌어들이다 명분과 정당성 모두를 상실하고 자가당착에 직면한 결과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용병까지 끌어들이다 명분과 정당성을 상실하고 자가당착에 직면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국제법은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분하고, 전장에서 합법적으로 전투행위를 할 수 있는 전투원은 대표적으로 군복을 착용한 정규군 군인으로 비전투원은 전투행위 자격이 없는 민간인에 해당된다.
반 책임연구원은 "안보를 지키는 현장에 돈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용병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목적을 교란시키며 명분과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쟁은 정규군 간의 충돌이고, 베트남 전쟁의 경우 독특한 전쟁 성격과 장기전 환경으로 인한 게릴라와 같은 비정규군도 전장 역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이기에 전투원에 해당한다고 그는 해석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대와 달리 속전속결전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지지부진해지자 바그너 그룹이라는 용병카드까지 꺼내 들어 전장을 교란시키고 전쟁 수행의 정당성을 더욱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명분도 없는 데다 핵 위협까지 꺼내 들고 민간인 학살까지 저지르며 전쟁수행의 정당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용병 투입은 이러한 공분을 부채질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모순은 용병을 끌어들인 러시아의 자가당착이자 자충수다. 러시아가 그들이 고용한 용병에게 위협을 받고있는 것은 ‘정의의 전쟁(Just War)’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며 "전쟁은 오직 승리만을 위해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는 전장이지만 그곳에서도 명분과 정당성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일단 막을 내렸지만 빠른 진격의 배경엔 이에 대항한 러시아 정규군의 강한 저항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과 돌연 철수를 결정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사태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가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비장한 다짐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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