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패러머스의 한 쇼핑몰안 애플 스토어의 모습.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부진으로 떨어진 수입 제품 가격이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와 가전 등 소비자 제품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세계 곳곳에서 실시됐던 봉쇄령이나 재택근무로 컴퓨터와 운동기구 같은 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특수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저널이 데이터 제공업체 CEIC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12개월 수출 규모는 6조1000억달러(약 7944조원)로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서구의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보다는 코로나19 기간동안 못했던 여행과 외식, 기타 서비스 비용 지출을 늘리자 아시아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부진은 생산자 물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5월 생산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비 4.6% 떨어지면서 8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으로부터 수입한 제품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6.3% 떨어졌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으로부터 수입한 제품 가격도 각각 2%, 3.7% 하락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각각 4%, 6.1%로 중앙은행들의 목표인 2% 보다 높다.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하는 값싼 제품은 팬데믹 이전까지 수십년 동안 가격 상승을 억제시키는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글로벌화가 점차 퇴조하면서 이전처럼 물가 억제에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HSBC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프레더릭 노이먼은 앞으로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저렴한 제품이 서방국가들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소비자 제품 가격 상승이 아닌 서비스 비용과 임금 상승이 주도하고 있어 수입 물가 하락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여러 국가들은 반도체와 친환경 산업 같은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셰어링은 “글로벌화의 황금 시대는 이제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