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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등록 아동'이 숨지는 일이 반복되자 경찰도 관련 사건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에 나섰다. 정부는 해외와 같이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경찰, '유령 아동' 11건 수사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15건 수사를 의뢰받아 4건을 종결했고 11건을 수사 중”이라며 “경찰에 통보가 오는 건은 수사로 다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이 5건, 안성경찰서와 수원중부경찰서, 화성동탄경찰서가 2건씩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 결과 수사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즉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 출생 미신고 사례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까지 범위를 넓혀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결과,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의료기관의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236명을 발견했다. 이들 중 일부가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사망했거나 유기됐다고 봤다.
'미등록 아동'의 사망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부모의 방치로 인해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영양결핍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부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방치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2월 전남 여수에서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개월 영아가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이 아이 역시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 감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 22일 울산의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도 남아로 추정되는 영아 시신이 알몸 상태로 발견돼 경찰이 용의자를 쫓고 있다.
출생통보제, 책임 소재 두고 난항
출생 후 미등록 사태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출생통보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행정부처와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십수 년째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이가 태어나면 일정 기간 내에 지자체에 출생 사실, 산모의 신원 등을 의무적으로 알리게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미국 등 일부 해외국가에서는 출생통보제가 이미 입법돼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출생통보제 도입 관련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입법례'에 따르면 영국은 아기가 병원에서 출생한 경우에 병원의 등록시스템을 통해 의료보장번호(NHS)가 발급된다. 이 번호를 산부인과 병원 통계와 연동해 통계청에서 관리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아기의 아버지와 출생 현장에 있었던 사람, 병원 관계자 등이 관련 기관에 출생통보를 해야 한다. 또 독일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신생아 출생 후 1주일 이내에 부모·병원 등 의료기관 및 출생시설의 장 모두가 출생신고의 의무를 진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수년째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산모가 정당한 사유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외국인 등 모가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부가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협회 회장은 "기존에 발의된 출생통보제 법안은 의료기관이 읍면동사무소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이후 상속권, 증여권 등 모든 민사적 책임이 출생 신고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산부인과 의사한테 그 법적 책임을 다 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우려를 종식할 법안도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달 17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료기관이 기본적 전산정보만 기록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내용을 출생지 관할 시·읍·면의 장에 통보할 의무를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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