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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만원만 돼도 7만 일자리 사라진다니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영세 자영업 감당할 수준돼야

[fn사설] 최저임금 만원만 돼도 7만 일자리 사라진다니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인근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일자리가 최대 7만개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26일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의뢰로 조사를 한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현재 9620원에서 내년에 1만원으로 3.96% 오를 경우 최대 6만9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17~2021년 가구원 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수치를 산출했다.

6만9000개는 최근 5년간 평균 신규 일자리 수(31만4000개)의 20%가 넘는 수치다. 노동계가 요구한 26.9% 인상을 가정하면 없어지는 일자리는 무려 47만개에 이른다. 청년, 저소득층, 소규모 사업장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 약자층이 최저임금 인상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폐해는 수도 없이 지적됐던 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은 40% 넘게 올랐다. 이 기간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많이 오른 캐나다도 인상 폭이 31%였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적정 수준의 상한이라고 할 수 있는 중위임금 대비 60% 선을 이미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제가 있는 30개국 중 8위에 해당한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취업자의 20%를 고용하는 자영업을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경기부진으로 소득은 줄었는데 임금비용이 높아진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 직원부터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소규모 사업장 비중도 확 늘었다.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 30% 가까이 된다. 현행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힘든 영세업체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최저임금은 사업장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합리적 산출방식을 거쳐야 현실성이 있다. 1인당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은 제조업의 19%에 불과하다. 영세 음식점에 제조업과 동일한 최저임금 지급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업종별, 지역별, 기업 규모별 차등적용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주요국들도 대부분 같은 이유로 이를 채택했다. 국내 최저임금법에도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도 차등적용은 노동계 반대로 매번 좌절됐고, 올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주 회의에서 내년도 차등적용 관련 안건을 부결시켰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무산된 만큼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은 지급능력이 가장 취약한 업종을 기준으로 해야 무리가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말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연체율이 이미 1%를 넘어 8년 만에 최고에 이르렀다.
저소득 자영업자 연체율은 2%에 육박했다. 이런 사정들을 볼 때 노동계가 요구하는 26.9% 인상은 아무리 협상용이라고 해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치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이를 제대로 헤아려 중심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