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자원 공급 불안에
EU와 협력 등 新동맹전선 구축
첨단산업 핵심광물 자체생산도
중국은 '자원의 무기화' 속도전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공급망 확보를 강조했다. 2021년 취임부터 미국산 애용을 주장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겪으며 필요한 자원을 미국의 통제에 두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다른 선진국 역시 이에 동참했고, 자원으로 세계를 좌우하던 중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美, 공급망 안정에 사활
바이든 대통령은 수낵 총리와의 회동에서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마비로 산업이 멈추는 것을 보며 경제성장에 필요한 것을 어느 한 곳에 의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당시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첨단 친환경 경제 건설을 선언했다. 이에 필요한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특정 광물을 확보해야 한다.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17종의 금속 원소(희토류)도 마찬가지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지난해 2월 탄소중립 및 첨단산업에 필요한 50개의 광물을 '핵심광물'로 지정했다. 이러한 핵심광물의 국제적 수요는 2050년이면 2020년 대비 6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F-35 전투기 1대에 들어가는 희토류 재료만 417㎏에 달한다.
미국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희토류 강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중국 기업들이 제련기술을 확보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희토류를 생산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게다가 희토류 생산 과정의 막대한 환경오염을 감당할 수 없었다. 미국의 희토류 기업들은 대부분 파산하거나 중국에 팔렸고,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희토류를 수입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갈등, 팬데믹 등으로 자원공급이 불안해지자 다시 자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향후 5년 동안 3억2000만달러(약 4131억원)를 투입해 미국 내 광물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2월에는 국방부를 통해 미국 희토류 가공처리 업체인 MP머티리얼즈의 희토류 광산 개발에 35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알렸다. 또 같은 해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북미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한 희토류를 사용한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이 들어갔다.
■세계 곳곳에서 자원전쟁
문제는 미국이 원하는 핵심광물이 미국 밖에 많다는 점이다.
전 세계 리튬은 주로 호주와 칠레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미국산 리튬 비율은 2021년에 세계 생산량 대비 1% 아래로 떨어졌다. 백금과 코발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이 각각 70%를 생산하고 있다. 희토류는 2022년 기준으로 매장량 1억3000만t 가운데 4400만t(34%)이 중국에 묻혀 있다. 핵심광물은 광산 탐사부터 생산까지 평균 16.5년이 걸려 생산을 급히 늘릴 수 없다.
게다가 일부 국가는 핵심광물의 가치를 알아보고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자국에서 캐낸 리튬을 자국에서만 제련하도록 제한했다. 멕시코는 지난 2월 리튬 광산을 국유화하는 법령을 통과시켰고, 칠레도 4월 발표에서 국영 리튬기업을 세운다고 예고했다. 동시에 칠레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함께 리튬 시세를 통제하는 연합체를 구상 중이다.
치열한 자원경쟁을 감지한 미국은 지난해 6월에 유럽연합(EU)을 포함해 다른 10개국을 모아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결성하고 핵심광물의 생산과 가공 과정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및 러시아에 맞서 핵심광물과 전략물자 공급망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EU는 지난 3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해 미국처럼 핵심광물의 자체 조달 비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최대 리튬 생산국인 포르투갈은 지난달 31일에 대규모 리튬 광산 개발을 일부 허가하며 자체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패권방어 나선 中
이미 희토류 시장을 쥐고 있는 중국은 다른 핵심광물까지 선점해 자원을 무기로 휘두를 생각이다. 중국은 2010년 당시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희토류 수출을 막아 일본을 압박했다.
중국이 핵심광물 분야에서 앞서는 2가지 동력은 제련기술과 자금이다. 중국은 느슨한 환경규제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직접 캐거나 수입한 핵심광물을 매우 경제적으로 제련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원자재 컨설팅업체 CRU그룹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망간 유통량의 95%, 코발트 73%, 흑연 70%, 리튬 67%, 니켈 63%가 중국에서 제련되었다고 전했다. USG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가 중국산이었으며 2021년 기준 세계 희토류 제련의 85%가 중국에서 진행됐다.
아울러 중국은 제련을 넘어 핵심광물의 원천까지 통제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국영기업들을 앞세워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핵심광물 채굴에 집중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NYT는 이미 중국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흑연의 78%, 코발트 41%, 리튬 28%, 니켈 6%, 망간 5%의 채굴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기업들이 최근 2년간 약 20개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데 45억달러(약 5조8095억원)를 썼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의 해외 광산 개발이 순항한다면 2025년까지 전 세계 리튬 채굴량의 3분의 1이 중국의 영향력에 들어간다고 예상했다. 짐바브웨는 지난해 리튬 수출통제를 발표하면서도 미리 투자했던 일부 중국 기업을 규제에서 제외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광물·석유부는 지난 4월 중국 기업 고친이 아프간 리튬 개발에 100억달러(약 12조9100억원) 투자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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