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정부의 급속한 긴축이 원인… SNS 통한 뱅크런 가속화 특이점
초기 스타트업엔 대출 은행 역할 절대적… 이번 사태 악몽으로 남을것
투자 위축되는 위기이지만… 옥석 가려 향후 수익 기대할수 있는 기회
韓 예금보호 한도 5000만원 불과, 위기 발생땐 美보다 더 심각한 상황
지난 3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바이오 분야 등의 스타트업들에 자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며 그 여파가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SVB에 이어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유럽에서는 파산위기에 몰린 크레디트스위스가 결국 UBS에 팔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SVB는 어떤 은행이며 왜 파산했고,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강윤석 프라임테크 벤처스 대표와 김영상 미국 노던켄터키대 경영대 교수에게 물었다.
강윤석 프라임테크 벤처스 대표. 강윤석 대표는 삼성전자 벤처투자 담당 차장을 거쳐 코리아벤처펀드(KVF) 대표펀드매니저, 그라비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김영상 美 노던켄터키대 경영대 교수. 김영상 교수는 현재 노던켄터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며 특히 기업재무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미재무학회 회장을 지냈다.
―SVB는 어떤 은행인가.
▲김교수 : SVB는 1982년 4월 빌 비거스태프와 로버트 메데아리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상업은행이다. 벤처기업용 특화은행인 것이다. 벤처기업 임직원의 예·적금을 이용해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지분투자를 주업무로 했다. 또 벤처기업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자금공급 전략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이자 인상에 따른 미국 국채가격 급락으로 인해 18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각 손실을 입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이 경색되고 특히 예금자 보호한도를 넘는 계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소위 '뱅크런'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다이아몬드와 필립 디빅은 1983년 출판된 논문에서 정부 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은행의 장기자산과 예·적금으로 대표되는 단기부채의 불균형이 은행의 유동성에 문제를 발생시켜 뱅크런, 즉 대량 예금인출 사태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뱅크런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제도를 통해 은행의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VB 파산 이유는.
▲강대표 : 지난 3월 10일에 발생한 SVB 파산은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은행의 실책에 따른 유동성 문제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예금인출 사태의 원인은 다름아닌 급속한 미국 연방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이다. 긴축은 이자율 상승을 동반하고 이에 은행의 장기자산인 정부채권과 주택담보대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야기했다. 실제 은행의 부실과 위험을 인지한 예금주들은 3월 9일 420억달러, 10일에는 1000억달러를 추가로 인출했다. 총액 1420억달러의 예금인출은 2022년 말 SVB의 총예금 1750억달러 가운데 81%에 달하는 금액이다. 결국 연방정부는 3월 10일 은행 파산을 선고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특이한 점은 SVB의 경우 약 92.5%의 예금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험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한 비보험예금으로 업무용 메신저, 폰뱅킹 및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빠른 예금인출이 발생한 점이다. 최근 연구들은 현대 소셜미디어 환경이 SVB의 뱅크런을 가속화했고, 이러한 현상은 미국 은행시스템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은행 보장한도가 5000만원인데.
▲김교수 : 은행의 위험관리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은행은 이자율 스와프를 통해 고정이자를 주고 변동이자를 받는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이자율 위험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SVB는 이자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자율 스와프의 계약을 상당히 줄였고, 이는 은행의 위험과 손실을 극대화해 위험관리에 실패했다.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예금주들의 피해는 최소화되었지만 이러한 경영부실로 인해 SVB는 파산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퍼스트시티즌뱅크에 인수됐다. 한국은 예금보험제도의 한도가 미국보다 훨씬 적은 5000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소규모 은행의 재정상태 악화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경우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많은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위험이 급증하고 있기에 예금보험제도에 대한 재검토와 소규모 은행들의 자산 위험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미국에서 SVB 의미는.
▲강대표 : 미국은 한국과 달리 스타트업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개입이 극히 적거나 제한적이다. 시장의 자유경쟁 기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기본방침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장은 스타트업의 상황별 필요에 따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벤처캐피털 이외에도 있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들엔 은행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초기 기업들의 창업가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는다는 건 어려울뿐더러 투자를 받더라도 지분이 크게 희석될 것을 우려해서 SVB와 같이 대출(Debt Financing)에 특화된 은행들을 통해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2022년의 경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대출 규모는 약 320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10년 전인 2012년 75억달러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또 같은 기간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조달함에 있어 약 63%가 벤처캐피털을 통했고, 약 37%가 대출을 통해 진행했다. 특히 SVB는 이 서비스 분야의 선두주자로 성장하는 벤처산업에 편승, 지난 10년간 자금 대출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SVB 파산이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은.
▲강대표 : 파산 뉴스가 전해졌던 지난 3월 10일의 충격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연방준비제도(Fed)의 예금인출 중단 발표와 함께 모든 서비스가 한순간에 중단됐고, 회사별로 작게는 100만~200만달러, 많게는 1000만달러 이상 예금돼 있던 상태에서 FDIC의 예금보호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전액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48시간 내에 기존 예금에 대해선 전액 보장한다는 연준의 긴급 발표와 함께 시장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지만 이미 기업가들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1·4분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투자 총액은 2022년의 같은 분기 대비 무려 23%가 줄었다. 평균 투자금액 역시 600만달러로 2017년 2·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금흐름이 경색됨에 따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2021년 평균치 3억5500만달러에서 무려 75%가 폭락한 9000만달러로 추락했다. 이조차도 투자를 유치한 회사들의 평균일 뿐 많은 수의 스타트업은 현재 경색된 자금시장과 높아진 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전의 기회는 있나.
▲김교수 : 다만 과거 2000년 초 버블붕괴,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런 위기의 상황은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함께 혁신적인 서비스 및 제품에 대한 시장의 필요가 커지는 시기다. 또 이후 새로운 한 시대를 이끌어 갈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겐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또 2021~2022년 벤처캐피털 자금이 기록적인 규모로 조성돼 시장의 투자여력은 비교적 풍부하다. 따라서 이들 투자자에겐 시장에서의 옥석 가리기가 비교적 수월해지는 시기이며, 특히 매력적인 기업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향후 투자의 매력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지금 상황은 스타트업 입장에선 회사 운영을 위한 런웨이를 최대한 늘리고,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보다는 내실 있는 실적을 통해 다시 다가올 업사이클(Up Cycle)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정리=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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