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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글림프 체계 손상된 렘수면장애 환자 '이병' 위험 높아

MRI 검사 통해 뇌 노폐물 배설 역할하는 ‘글림프 체계’ 손상 밝혀내

뇌 글림프 체계 손상된 렘수면장애 환자 '이병' 위험 높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 교수,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뇌 글림프 체계가 손상된 렘수면장애 환자의 경우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안에 병적 단백질이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중 파킨슨병은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병적 단백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생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영상의학과 배윤정·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핵의학과 송요성 교수팀은 렘수면장애 환자 20명, 파킨슨병 환자 20명, 대조군 20명을 대상으로 확산텐서영상(DTI)를 포함한 MRI 검사를 시행해, 혈관주위 뇌 글림프 흐름을 반영하는 주위 공간의 확산 지수(ALPS 지수)를 분석했다고 27일 밝혔다.

그 결과 ALPS 지수가 대조군에서는 1.72이었던 반면, 렘수면장애 그룹에서는 1.53, 파킨슨병 그룹에서는 1.49로 더 낮게 나타났다. ALPS 지수가 낮을수록 뇌 글림프 체계가 손상된 것으로, 렘수면장애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 노폐물 처리 시스템의 손상도가 높은 것이다. 또 ALPS 지수가 낮아질수록 파킨슨병으로 전환될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과 연관성이 높은 질환으로 렘수면장애가 있다. 렘수면을 하는 동안 근육의 긴장도가 커지고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 행동을 하는 등 꿈과 관련해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최근 깊은 수면 중에 뇌에 쌓인 노폐물을 혈관 주위 글림프를 통해 배출하여 처리하는 일종의 뇌신경 청소 시스템인 ‘뇌 글림프 체계'의 존재가 밝혀진 바 있다.
이에 손상된 뇌 글림프 체계의 기능이 뇌 안의 병적 단백질 축적을 불러와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인체에서 이를 증명한 연구는 없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는 “파킨슨병의 전구 질환으로 알려진 렘수면장애 환자 중 뇌 글림프 체계가 손상된 환자들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파킨슨병이라는 퇴행성 뇌질환에 뇌 글림프 체계의 손상이 실질적 기여를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