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정부 연구시설 유치 총력
'반도체’ 맞먹는 신사업으로 육성
나주, GIST 등 연구 인프라 강점
호남권 국가R&D 불균형 해소 기대
김영록 전남도지사(앞줄 왼쪽 다섯번째)와 지역 국회의원 등 주요 내빈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 타당성 토론회에서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IBS 초강력 레이저 과학연구단과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초강력레이저를 연구원들이 정렬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 전남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전남에 유치해 초강력 레이저 글로벌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기존 원형 방사광가속기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최첨단 '인공 빛 실험실'로 불린다.
초고출력과 고에너지 레이저를 기반으로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반도체광학소자나노부품 초미세 가공, 우주항공용 금속 개발, 레이저 무기 및 의료기술 장비 개발 등 응용 연구 및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다목적 연구시설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으로 첨단 기술의 결정체이자 게임 체인저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가 가장 먼저 유치 준비에 나서면서 과학계는 물론 산업계의 모든 관심이 '전남'으로 쏠리고 있다.
더욱이 전남도가 연구시설 후보지로 내세운 나주는 안정적 지반 등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데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특화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를 비롯해 국내 레이저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과 연계할 수 있어 최적지라는 평가다.
■미래 기술 패권경쟁의 게임체인저
초강력 레이저는 일반적으로 1페타와트(㎺=1000조 와트) 이상의 고출력을 가진 '인공 빛'을 말한다. 지난 2012년 기준 전 세계 총 발전량이 2.6페타와트, 지구에 전달되는 태양 에너지가 174페타와트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강한 출력인지 이해할 수 있다.
초강력 레이저를 활용하면 우주와 같은 새로운 극한 과학 연구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기초연구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레이저는 국가 첨단 전략산업의 핵심 요소 기술로서 반도체, 핵융합, 신소재, 국방(신무기), 첨단 의료, 정밀가공 등의 분야에서 핵심기술로 자리를 잡고 있다.
레이저 세계 시장 전망도 밝다. 레이저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3조8000억원이었던 것이 오는 2025년에는 약 2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레이저가 오는 2030년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요소 기술임을 감안할 때 레이저 기술의 경제적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강력 레이저 글로벌 경쟁 치열
미국(50㎺), 중국(100㎺), 러시아(200㎺)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50~200㎺급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레이저 분야의 초격차 확보, 신격차 창출을 위해선 우리나라에도 현재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가동 중인 4㎺를 훨씬 뛰어넘는 100~200㎺급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GIST에서 운영 중인 과기부 산하 'IBS 초강력 레이저 과학 연구단'은 초강력 레이저와 관련해 세계 최고 출력과 세계 최고세기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기초연구 역량과 과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레이저 관련 국내 응용분야 기술력은 주요국 대비 50% 이하이며, 핵심부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값싼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국내 초강력 레이저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종민 GIST 명예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값싼 중국제 레이저에 의존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바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과기부는 초강력 레이저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관련 연구 예산 10억원을 반영하고 현재 기획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또 기획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후보지 공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균형발전 차원서 나주에 유치돼야"
전라도가 세계 최대·국내 유일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남도는 지난 2020년 방사광 가속기 유치 과정에서 검증된 안정적인 지반, 확장 가능한 넓은 부지, 편리한 정주여건, 인공지능(AI) 인프라, 풍부한 인적자원 등 최적의 입지 여건과 함께 GIST, 연구 인프라, 광주 광산업 인프라를 강점으로 부각시키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또 국가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호남권에 전무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을 전남에 유치해 국가 R&D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남도의 설명이다.
전남도는 부지 공모를 통해 나주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약 10년간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인근 50만㎡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 구축되면 약 1조5000억원의 총생산 유발 효과와 약 5200명의 고용 창출 효과, 60여개 레이저 기업이 유치·육성 등이 기대된다.
아울러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의 차세대 에너지 공동연구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에너지밸리 구축 등 지역 산업 상승효과와 함께 반도체, 신소재, 미래 전력 등 국가 신산업 육성에 일조할 랜드마크 연구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지난 2020년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무산된 직후부터 차세대 대형 연구시설 필요성을 절감하고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를 착실히 준비했다.
2021년 8월에는 수요분석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해 전남 나주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라는 적합지라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의 전남 유치의 전국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2021년 정관계, 과학계를 망라한 '100인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해 9월엔 국회에서 대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기업, 대학교, 연구소가 참여하는 업무협약 체결, 전국 최초 레이저산업 조례 제정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대한민국이 '포스트 반도체'로서 차세대 신산업을 발굴하고, 현재의 위기를 반전시킬 '히든카드'는 바로 초격차 기술인 초강력 레이저이다"면서 "과기부 공모에 철저히 대비해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반드시 전남에 유치하고, 호남권 유일의 세계적 수준의 대형 연구시설로 키워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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