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소한의 삶 보장 취지 맞지 않아
고물가 등 고려하면 도입 시기상조
임금 낮은 곳은 인력 수급 어려울것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종반전을 향해가고 있다. 경영계 숙원인 '업종벌 구분적용'은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뉴스1
지난 22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방안이 논의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최저임금을 업종 또는 규모 별로 다르게 적용하자는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논의가 있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사용자 측은 차등적용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영세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경영이 어려워지고 나아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노동계 측은 차등적용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업종별 차등으로 노동자 중에서도 계층이 나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대학생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저임금 일자리 인력 수급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다. 아르바이트 종사자는 물론이고 자영업자 내에서도 나오는 목소리다. 더구나 현재 고물가로 생활비가 급등한 상황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미 최저임금이 1만원에 육박하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을 생각하면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였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최저임금도 주기 버거운 사업장이 많은 상황에서 단일 최저임금을 고집하다가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차별받는 업종서 누가 일하겠나"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주로 직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이었다. 현재 고물가 상황이나 최저임금제도 도입 취지 등을 생각하면 차등적용을 도입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원생 강모씨(28)는 "최저임금의 취지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직종이나 생산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은 최저임금의 취재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1)는 "적은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생활비가 적게 드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최저임금 제도는 말 그대로 생활이 가능한 최저 수준의 임금이다. 제도의 도입 이유를 생각한다면 차등적용을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제도의 취지와 함께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입될 경우 자영업자들이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학원생 이모씨(29)는 "최근 고깃집 등 음식점 아르바이트도 힘들어서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도 낮으면 더욱 일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최저임금이 필요한 이유 등을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직장인 A씨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입되면 고임금 단기 아르바이트에는 인력이 집중되고 저임금 아르바이트에는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부분 소상공인 업종이 만들 수 있는 일자리가 저임금 아르바이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차등적용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동일한 우려를 가진 소상공인들도 있었다.
카페 사장 이모씨(29)는 "최저임금 차등 지급이 적용된다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이 최저임금이 낮게 책정된 업종 자체를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숙박, 음식업 등은 사실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근무 환경이라 시급까지 낮아진다고 하면 사람 뽑기 더 힘들 것 같다"고 봤다.
음식점 점주 오모씨(30)는 "차등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 도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게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 채용이 어려운데 차등이 적용되면 채용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업종이 힘든지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달 인건비만 900만원 "허탈하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찬성하는 측은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가족 구성원이 나눠서 일을 하거나 키오스크가 적극 도입되는 상황 등을 보면 이미 인건비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 의정부에서 편의점 20년 넘게 운영한 계상혁씨는 "인건비로 한달에 900만원 가까이 나간다는 점주가 허다하다. 인건비 부담에 다들 아르바이트를 뽑기보다는 지인들, 식구들을 많이 쓰고, 아니면 점주님들이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해마다 무산되고 있어서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유모씨(40)는 "임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업종별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제각각인데 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아르바이트를 사용하는 데 있어 줄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다.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제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못 쓰면 결국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돈을 벌 기회를 날려버린 미래의 아르바이트 학생이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 중에도 소상공인들 상황을 고려해 차등적용에 찬성하는 입장이 피력하기도 했다.
직장인 최모씨는 "지역적으로 물가나 거주비 등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지역마다 거주하는 데 필요한 최저임금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매출 같은 기준이 아닌 지역적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한다고 하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생이 돼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는 B씨는 "힘든 일을 하면 많은 돈을 주고 쉬운 일을 하면 적은 돈을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금액 차이가 지나치게 크지 않는다면 (차등적용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노유정 김동규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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