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료기기 등에 활용
기존 공정에 약간의 기술력 더해
TGG 방식으로 성능은 올리고
재료비 등 생산단가는 그대로
강종윤 TGG 압전소재 연구단장(가운데)과 아모센스 오창우 이사(왼쪽), 아이에스테크놀로지 채민구 부장이 28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실에서 압전소재 개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제조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까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가 경제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지속되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우호적인 나라들도 언제든지 소부장을 무기로 경제제재를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5개 국가핵심소재연구단을 시작으로 현재 69개 연구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연구단이 확보한 핵심전략기술 121건을 기술이전했으며, 기술료로 117억여원을 받았다. 이 중 대표적인 3개 연구단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R&D)의 현황과 방향, 전망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우리가 중국처럼 저가로 승부할 때는 지났고, 그렇다고 사용하던 소재로 세계적인 일본이나 독일 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내놓는다 해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비슷한 생산단가로 성능을 끌어올릴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장이자 TGG(판상 배양 성장) 압전소재 연구단을 이끄는 강종윤 단장은 28일 압전 소재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연구단은 10조원대 초음파 압전 변환기(트랜스듀서) 시장과 19조원대 햅틱용 액추에이터 시장을 타깃으로 소재와 부품 국산화 R&D를 진행 중이다.
■일상부터 국방의료까지 활용
압전소재는 일상생활부터 국방, 의료 분야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압력을 주었을때 전기적 변화가 일어나거나 반대로 전기를 통하게 하면 팽창되거나 수축된다. 디스플레이를 터치할 때 진동을 만드는 햅틱, 임산부가 품고 있는 태아의 모습을 보는 초음파검사기, 어부가 물고기의 위치를 찾아내는 어군탐지기, 해군이 해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적 잠수함을 찾는 소나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압전 부품은 주로 다결정 세라믹으로 만들어지는데 기존 공정에 새로운 기술들을 추가해 결정립을 한방향으로 정렬시키면 압전 특성이 향상된다. 그게 바로 TGG 압전 세라믹이다.
강 단장은 "TGG 압전소재 개발이 성공할 경우 기존 다결정 소재보다 감도가 2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파수 대역은 6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단은 지난 2020년 8월에 시작해 1단계 사업을 마치고 현재 2단계 중 소재 개발이 70~80% 정도 됐다. 강 단장은 "시장에서 이 소재를 적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검증까지 받아야 되기 때문에 소재 개발 시간이 좀 걸린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에는 KIST와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고려대가 함께 R&D를 하고 있다. 또 압전 액추에이터 분야에 아모센스, 압전 트랜스듀서에 아이에스테크놀로지가 참여했다. 두 분야는 요구하는 특성이 다르다. 트랜스듀서에는 오래 써도 열이 적게 나는 특성이 필요하고, 액추에이터에는 작은 변화에도 반응이 잘 일어나는 것을 원한다.
■기존 인프라에 새기술만 적용
다결정 압전소재 공정은 세라믹 시트를 만들고 여러 겹으로 쌓는 방식이다. TGG도 다결정이어서 기존 재료비와 거의 비슷하다. 공정도 기존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 아니다. 강 단장은 "기존 인프라를 다 새로 구축하지도 않고 약간의 새로운 기술력을 넣는 식이라 재료비나 공정비용 등 생산단가가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센스는 자동차, 전자기기, 무선통신 등에 필요한 압력센서 기판을 만들고 있다. 아모센스 오창우 이사는 "TGG로 시장 우위를 차지할 기회가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압전 액추에이터 시장은 오는 2027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계기판들이 디스플레이로 바뀌면서 앞전 액추에이터 응용분야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아이에스테크놀로지는 초음파 센서 전문기업으로 현재 방산용 소나(SONAR) 소자와 의료용 집속 초음파(HIFU) 소자 등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 수출하고 있다. 압전 초음파 변환기 제작에 20년 이상 근무한 아이에스테크놀로지 채민구 부장은 "단결정은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산업현장에서는 그 정도까지 필요없다"며 "연구단 기획서에서 그려주는 TGG 특성은 필드에서 설계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라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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