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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당 위원장', 김정일의 '당 총비서'까지 꿰찬 김정은 속내는.."3대수령화 위한 포석"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7주년 맞아 국방 업적만 부각 -핵실험·ICBM·SLBM 등 도발 열거하며 "공화국 무력 부단히 향상" -집단지도체제 통치 공산국가와 달라 北 3대로 이어진 수령유일체제 -단일지도체제 강화, 도전세력 부상 원천 불가능한 구조 집착 커졌을 것 -북열병식정치가 군사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억제력 강화에 진력해야

[파이낸셜뉴스]
김일성의 '당 위원장', 김정일의 '당 총비서'까지 꿰찬 김정은 속내는.."3대수령화 위한 포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총비서의 '국무위원장' 추대 7주년을 맞아 "7년 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으로 높이 모신 끝없는 감격과 기쁨을 안고 온 나라가 끓어번지던 역사의 시각이 어제인듯 어려온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北 선전매체, 일제히 김정은 업적 치켜세우기

최근 북한 대내외 선전매체들은 일제히 김정은의 직위에 '국무위원장'을 추가한 7주년을 기념해 업적 치켜세우기에 나섰다. 이와 관련, 미사일 등 군사분야 말고는 국무위원장으로서 이렇다 할 통치관련 업적이 없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의 주요 무력도발을 열거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당 중앙의 현명한 영도 아래 공화국 무력의 절대적 힘과 군사 기술적 강세가 부단히 향상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016년 두 차례 핵실험, 2017년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그해 11월 29일 ICBM 화성-15형 발사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또 지난 3월 처음 공개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4월 13일 발사한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언급하며 "나날이 고도화되는 급진적인 전략 무력 건설 속도와 강력한 군사 기술력이 만천하에 힘있게 과시됐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김정은 동지를 국무위원장으로 높이 모신 끝없는 감격과 기쁨을 안고 온 나라가 끓어번지던 역사의 시각이 어려온다"며 그를 향한 충성을 요구했다.

신문은 노동당 총비서이기도 한 김정은을 칭송하면서 "총비서 동지의 원대한 구상과 결심을 받드는 길에 천하제일 강국을 일떠세우는 길이 있음을 명심하고 총비서 동지를 받드는 길에 한 몸 깡그리 바치자"고 촉구했다.

대외용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도 "김정은 동지께서 우리 당의 최고수위에 추대되심으로써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절대적 권위는 비할 바 없이 높아지게 됐다"고 칭송했다.

할아버지의 당위원장, 아버지의 당총비서 직함까지 받아

김정은은 2016년 5월 노동당 최고 직위인 위원장을 맡았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서 같은해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신설 기구 국무위원회의 장으로 추대됐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에게 부여됐던 정치적 상징인 '당 총비서' 직책으로 추대됐다.

김일성의 '당 위원장', 김정일의 '당 총비서'까지 꿰찬 김정은 속내는.."3대수령화 위한 포석"
제8차 전원회의 주재하는 북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이에 전문가는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의 통치방식인 집단지도체제와 달리 북한은 단일지도체제를 강화하는 세습공산 왕조로, 수령이 위기에 처하면 인민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운명이라는 인식을 심어 인민들이 수령에 절대적으로 종속되도록 만든 체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과 호전성을 억제하는 강력한 전력 강화를 주문했다.

전문가, 당위원장-당총비서 겸직은 '3대 수령화를 위한 포석' 분석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위원장과 당 총비서를 꿰찬 김정은의 속내는 3대 수령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 국가는 과도기 정치체제인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해 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방식을 적용해 집단지도체제로 통치한다. 과거 소련과 중국도 대표적인 집단지도체제 국가였고, 최근 한국과 정상회의 상대국이었던 베트남도 공산당 서기장(서열 1위), 국가주석(서열 2위), 총리(서열 3위), 국회의장(서열 4위) 등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권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다만 중국은 지난 2022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경쟁파벌을 실각시켜 사실상 단일지도체제가 되었다는 게 반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어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 초반에 집단지도체제를 버린 국가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산국가와는 다르다고 그는 분석했다. 북한도 처음에는 집단지도체제로 시작했으나 김일성이 1956년 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김일성 단일지도체제가 됐고 1967년 수령유일체제를 통해 일인독재가 공고화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정은이 김일성의 ‘당위원장’ 직함을 물려받고 김정일의 ‘당 총비서’ 직함까지 받은 것은 3대로 이어진 수령체제가 가동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또 "사실상 3대 수령으로 김정은이 기대하는 것은 단일지도체제를 강화·유지해 권력 도전세력의 부상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김정은은 이번 러시아에서 프리고진의 반란을 예의주시하면서 스스로 자신과 인민들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유리한 수령체제에 집착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 정전협정 70주년 7월27일 전후 미사일 도발 임박 관측

김정은의 수령화 시도는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김정은이 경제를 살려보겠다면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가동시켰지만 결국 실패했고 지난 5월 말 우주발사체 시도도 실패하면서 김정은의 입지가 더 궁지에 몰린 상태라고 그는 진단했다.

최근 북한에서 보이고 있는 김정은 업적 과대포장은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현실을 모면하는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반 책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앞으로 내놓을 수 있는 성과에 집착, 당장은 정전협정 70주년인 7월 27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열병식을 벌이며 새로운 무기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열병식 정치가 군사적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억제력 강화에 진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성의 '당 위원장', 김정일의 '당 총비서'까지 꿰찬 김정은 속내는.."3대수령화 위한 포석"
올해 3월 북한이 단행한 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