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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슈퍼컴 빌려드림" 27조 적자난 굴지의 日기업이 찾은 '살 길'

소프트뱅크, 올해 말까지 슈퍼컴 활용 생성형 AI 독자 개발
AI를 개발 슈퍼컴 임대업 등 새 수익 창출도
신사업 분야 확대로 비모바일 사업 확대
2년간 약 27조원 대규모 순손실 불명예

"AI 개발 슈퍼컴 빌려드림" 27조 적자난 굴지의 日기업이 찾은 '살 길'
일본 도쿄 기자회견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8.11.05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도쿄=김경민 특파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독자 개발한다. 특히 생성형 AI 개발에 활용하는 슈퍼컴퓨터 임대해 주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AI 신사업을 통해 모바일 분야의 매출 의존도와 대규모 적자의 고리를 끊겠다는 방침이다.

챗GPT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금융, 의료 등 전문지식 분야에 특화된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해 수년 내에 제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회사는 생성형 AI과 관련한 슈퍼컴퓨터 인프라에 200억엔(약 182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의 슈퍼컴퓨터는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해 일본 기업 중 가장 뛰어난 성능으로 꼽힌다.

회사는 연내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자체 생성형 AI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번에 개발되는 생성형 AI는 우선 콜센터 업무에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는 범용 AI 개발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성능의 지표가 되는 파라미터 수는 10억개 정도로, 조기에 600억개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오픈 AI '챗GPT'의 기반이 된 GPT-3의 파라미터 수가 1750억개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소프트뱅크와 격차가 크다. 하지만 챗GPT는 전문지식뿐 아니라 사회문제와 오락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응하는 범용적인 생성형 AI로, 개발과 운용에 많은 비용이 들고 소비전력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기업 타깃형인 소프트뱅크가 개발할 생성형 AI는 범용 AI에 비해 소비전력과 운용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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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 임대업 신시장 개척

소프트뱅크는 자체 생성형 AI 개발뿐만 아니라 AI를 개발하는 외부 기업에 슈퍼컴퓨터를 임대해 새로운 수익을 얻을 계획이다.

최근 챗GPT 등장을 계기로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언어 모델을 비롯한 생성향 AI 개발에 나서면서 '슈퍼컴퓨터 임대업'이라는 새 시장이 열렸다고 판단, 시장을 조기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스타트업이 투자금 만으로 자체 플랫폼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슈퍼컴퓨터 임대업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보고 있다.

미래 AI 시장은 최근 사상 최악의 적자로 체면을 구긴 손 회장이 명예를 회복할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다.

지난 20일 열린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은 "AI 등 세계 기술혁신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그룹의 몫"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3년간 5조엔(약 45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뒀다"며 "반전 공세에 나설 때가 오고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I 개발 슈퍼컴 빌려드림" 27조 적자난 굴지의 日기업이 찾은 '살 길'
AI 승부수 띄운 손정의, '반전 카드' 될 수 있을까

소프트뱅크그룹은 2년간 약 27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소프트뱅크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4회계연도 이후 18년 만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21회계연도에 역대 최악인 1조7080억엔(약 17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2회계연도에도 9701억엔(약 9조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투자 대상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줄어든 것이 치명적이었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투자를 위해 조성한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펀드가 투자한 IT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5조3223억엔(약 52조6000억원)의 투자 손실을 봤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 5조엔 규모의 일회성 이익을 내면서 적자 폭을 줄였으나 역부족이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