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집중 호우·태풍에 인명 피해 줄 잇자
관련 법 수 건 발의됐으나 논의 '0번'
野 “정부안 마련 너무 늦어져”
정부 “의견 수렴 과정 거치느라”
일가족 3명이 폭우로 참변을 당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지난해 8월 12일 관할 소방서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본격적인 장마철을 맞아 게릴라성 집중 호우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처 법안을 이달 중에야 발의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연달은 침수 피해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도 심사를 받지 못한 채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지하 일가족 참변’ 1년 후에야 정부안 발의
3일 파이낸셜뉴스가 확인한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중부권 폭우 사태로 막대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에 내린 폭우로 침수된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장애인 가족 3명이 탈출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등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이어서 9월에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 주민 7명이 숨지는 사고 등도 있었다.
문제는 ‘여름철 집중 호우’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는데 정부가 이달 중에야 해당 법안을 제출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하 주택 신축 제한’을 골자로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해 오는 12월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법이 시행되려면 공포 후 유예 기간 6개월을 기다려야 하므로 정부 일정대로면 개정안은 내년 6월께에야 적용될 예정이다.
이상 기후 때문에 예년보다 심각한 집중 호우가 예상되는 올여름은 제도 개선 없이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기상 당국은 올해도 게릴라성 집중 호우와 잦은 태풍 발생 등에 따른 홍수·주택 침수 우려가 높다며 각 지자체와 국민에게 철저한 장마 대비를 당부했다.
여야 발의 잇따랐지만 논의 시작도 못해
정치권도 늑장 대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8~9월 침수 사고 이후 국회에서는 도심 내 지하 시설물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든지, 아예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쓸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등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 수 건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됐다.
'지하층 주거용 사용 허가 금지'가 핵심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과 '차수판 등 침수 대비 시설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차수판 등 침수 예방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국가나 지자체가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지난 2월 15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후 논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
다만 야당은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극단적인 집중 호우 피해가 있은 후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대응 법안을 발의하자 국토부가 정부안을 낼 테니 기다려 달라며 논의를 늦췄다”면서 “정부가 법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최근 내놓은 추진 일정도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선된 건축법 내용을) 이번 여름에 적용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전문가 문의와 국회 협의 등 의견을 종합적으로 모으는 과정에서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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