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참가자·반대자 수만명 몰려
경찰 현장관리 기동대 50개 투입
안전펜스로 동선 나눠 충돌 없어
1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일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반(反)동성애 구호를 외치며 맞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2023 제24회 서울 퀴어축제'가 열렸다. 동시에 서울 중구 세종대로 등에서는 '퀴어축제 반대 집회'까지 열렸지만 경찰 통제로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60여개 부스설치, 수만명 운집
이날 서울 퀴어축제는 오전 부스 운영부터 시작해 오후 공연과 도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행사가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앞부터 청계천베를린광장까지 약 400m에 58개의 부스를 설치했다. 조직위는 이날 행사에 총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축하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2시께 기자가 찾은 축제 현장은 형형색색의 옷과 소품들로 치장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행사장에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강한 햇빛과 낮 최고기온 34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 행사장 안에 들어온 참가자들은 양산을 쓰고 연신 부채질을 하며 축하 공연을 감상했다.
첫 공연이 끝나고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양선우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올해 서울 퀴어문화축제를 열기 너무 힘들었다"며 "서울광장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서 3개의 경찰서에 64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리를 지켜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의 키워드는 '피어나라 퀴어나라'"라며 "소수자 약자를 위한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축제에 참가한 대학생 권모씨(23)는 "서울광장에서 축제가 열리지 않은 것은 소수자에 대한 핍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날씨가 더워도 오랜만의 축제에 신나고, 안전하게 잘 끝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동성애 물러가라" 반대 집회도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도 인근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퀴어축제 행사장 가장자리 인도에는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1인 피켓 시위나 스피커를 이용해 "동성애는 물러가라"며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 일대에서는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벌이며 난타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도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주최하는 대규모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열렸다.
다만 퀴어축제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 간의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현장 관리를 위해 50여개 기동대를 투입했다. 집회와 행진 안전 펜스를 따로 세우고 축제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의 동선을 나누는 등 관리에 나선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참가자 5만여명이 을지로에서 삼일대로∼퇴계로∼명동역∼종로∼종각역 등을 지나는 도심 행진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경찰은 행진 대열을 따라가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실제 행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서울 남대문세무서 앞 사거리에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 죄악을 회개하라"며 집회를 열었지만 펜스로 구분돼 부딪히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반대 집회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인 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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