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30분 100㎞ 달렸는데, 도착하자 '도주'
택시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달아난 남성이 찍힌 택시 블랙박스 영상.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천에서 충남 천안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택시요금 13만 원을 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난 승객이 경찰에 검거됐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군(18)을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할머니 사고나서 급하게 간다"던 10대 택시비 먹튀
A군은 지난달 16일 인천 백운역에서부터 천안시 서북구 직산역 인근까지 100km 이상의 거리를 1시간 30분가량 동안 택시로 이동한 뒤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은 피해 택시 기사의 자녀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희 아버지도 택시 먹튀를 당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B씨는 “아버지가 손님을 태웠는데, 할머니가 차 사고가 나서 급하게 천안 직산역에 가야 한다고 했다”며 “손님 사정이 딱하다고 아버지는 걱정하는 마음에 점심도 먹지 못한 채 서둘러 천안으로 향했다”고 했다.
그는 “(그 손님은) 택시비는 천안에서 다른 가족(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도착한 뒤 13만원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저희 아버지는 손님을 걱정하며 최대한 빨리가겠다고 톨게이트비도 직접 내고 목적지까지 1시간30분 넘게 100㎞를 운전해갔다”고 설명했다.
택시기사 딸 "허탈하게 돌아오는 아버지 얼굴에 가슴 찢어져"
실제로 A씨가 글과 함께 공개한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택시 기사가 손님인 A군을 챙기는 모습이 담겼다. 택시 기사는 A군에게 ‘점심은 챙겨 먹었냐’ ‘물을 좀 마시겠냐’ 등의 말도 건넸다.
그러나 목적지에서 내린 A군은 이내 도망치고 말았다. 택시 기사는 그를 잡으러 뛰어가다 계단 쪽에서 넘어져 무릎과 팔, 손등에 부상을 당했다.
B씨는 “아버지가 손님의 거짓말에 속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 신고한 후 천안에서 허탈한 얼굴로 운전해 올라오는 얼굴을 보니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사람이 사람을 걱정하는 게 먼저라고 가르치며 키워주신 아버지인데 이젠 더 이상 사람을 믿지 말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거냐”고 호소했다.
한편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를 만나러 천안에 가야 하는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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