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024년 비전프로 생산 목표 40만대 미만
매출 목표로 잡은 100만대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수준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 OLED 생산에 차질
비전프로 부품 공급 기대했던 아시아 기업들 곤란해져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공개된 애플의 '비전프로'.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애플이 아이폰 이후 가장 새로운 제품이라고 강조했던 ‘비전프로’의 생산량을 예상보다 크게 줄일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핵심 부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실제 생산량이 바닥을 칠 경우 다른 부품 공급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애플과 중국 전자기업 입신정밀(럭스쉐어)의 관계자 2명은 FT를 통해 애플이 2024년 계획한 비전프로 생산량이 40만대 미만이라고 전했다. 현재 럭스쉐어는 애플과 비전프로 조립 계약을 체결한 유일한 업체다. 이외 별도로 비전프로 부품을 공급하는 2명의 중국 업체 관계자들은 애플이 2024년에 13만~15만대 분량의 부품만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팀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5일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프로를 공개했다. 애플은 약 7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개발자를 투입해 비전프로를 개발했다. 쿡은 해당 제품이 ‘공간 컴퓨팅 플랫폼’이라며 아이폰 이후 가장 새로운 기기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비전프로의 가격을 3499달러(약 457만원)로 책정하였으며 이는 경쟁사인 메타가 같은달 선보인 MR헤드셋 ‘퀘스트3’의 가격(499달러)에 비하면 약 7배 비싸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2024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출시 이후 1년 동안 목표 판매량이 100만대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애플이 생산 목표를 낮춘 가장 큰 이유로 부품 수급 문제를 꼽았다. 비전프로는 기기 내부에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장착하고 있다.
2명의 관계자는 지난달 시연 당시 등장한 시제품의 경우 소니와 대만 TSMC에서 마이크로 OLED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애플이 비전프로에 사용할 무결점 마이크로 OLED의 생산 수율에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 IT 컨설팅업체인 D2D어드바이저리의 제이 골드버그 창업자는 비전프로의 비싼 가격을 지적하며 이미 애플 역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고서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버그는 “비전프로에는 많은 기술이 들어가며 애플 또한 생산량 확대에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은 출시 첫해에 돈을 벌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 가격도 문제다. 관계자들은 애플이 벌써부터 보다 저렴한 제품을 포함한 차세대 비전프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FT는 애플이 차세대 헤드셋에서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한국의 삼성 및 LG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기술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계자 2명에 따르면 애플은 비전프로보다 저가형 모델에도 마이크로 OLED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마이크로 OLED 생산은 소니가 선도하고 있다. FT는 소니가 MR헤드셋 산업 발전에 확신이 없다며 마이크로 OLED 생산량 확대에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생산 목표를 줄일 경우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익명의 관계자는 럭스쉐어가 이미 연간 1800만대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이사야리서치의 에디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그동안 업계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며 “제조사들의 기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싱가포르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비전프로 출시 이후 5년 안에 사용자 규모가 2000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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