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후 바다가 안전한지 확인해야 과학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괴담을 쏟아내고 있는 야당이 이렇게 주장했다. 당장 확인 불가능한 미래를 끌어들인 억지다. 기억이 흐릿해지고, 누군가는 죽어 없을지도 모르는 가깝지 않은 미래다.
그러나 누군가는 30년 후 이 문제를 소환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리 긴 시간을 볼모로 잡아도 진실은 깊은 과거 속에 파묻혀 있지 않는다.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죽어 없어진다는 걱정과는 달리 도롱뇽들은 아무 탈 없이 번성하고 있다. 비근한 예가 인천공항이다.
1990년대 초 당시 노태우 정부가 인천 영종도 앞바다를 메워 인천공항을 짓겠다고 하자 여러 환경론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세월이 흘러 공항 건설을 시작한 지 근 30년이 되었고, 개항한 지도 23년이 넘었다. 결과는 어떤가. 그 주장들은 허구로 드러났다.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반대를 위한 반대였음이 30년 만에 증명된 것이다.
당시 주장을 보자. "갯벌을 매립해서 공항을 만들기 때문에 지반이 침하하고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것이다."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다 비행기 엔진에 빨려들어가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 정확히 30년 전인 1993년 언론에 대서특필된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당시에 제기된 우려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2001년에 완공된 인천공항 1활주로와 2활주로의 최대 누적 침하량은 각각 0.88㎝, 0.43㎝다. 장기 침하 관리기준은 7.5㎝라고 한다. 침하 정도가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한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건수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항공기 운항건수인 23만2349회 중 7.8회에 불과했다. 극히 미미한 숫자다. 대형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환경 보존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환경 문제가 이념이나 정파에 종속될 것은 아니다. 복지가 그렇듯 왜 환경이 좌파의 전유물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토를 이 정도라도 지켜낸 그린벨트와 세계가 칭송하는 산림녹화는 우익 독재자로 불리는 박정희의 작품이다. 보존과 개발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이익을 따져 결정하면 된다. 원자력이 안전하지 않고 환경에 치명적이라면 우파 정치가라도 원전을 건설해선 안 된다.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환경 논리에 매몰된 좌파 정부가 원전 폐기로 나라에 입힌 손해는 막대하다. 피해는 수십조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과 비싸진 전기료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의 몫이 됐다.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우뚝 선 인천공항이 환경 논리에 가로막혀 무산됐을 경우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환경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변질시킨 것은 좌파 정치꾼들이다. 친일, 반일 논쟁도 마찬가지다. 환경과 반일을 절대선으로 삼고 개발과 친일을 악으로 내몰아 국민적 동의를 얻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야당으로서는 반일과 환경 두 가지가 결합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보다 좋은 먹잇감은 없는 것이다. 단지 과학이 걸림돌이다. 과학의 부정은 무엇으로 이어질까. 종교적 맹신과 같은 아집이다. 후쿠시마의 진실이 확인될 30년 후를 기다려 보자. 너무 멀다고 생각하지 말고.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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