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현장르포]만연한 '담배꽁초 무단투기', 작년 침수 사태 반복될 우려 키워

[현장르포]만연한 '담배꽁초 무단투기', 작년 침수 사태 반복될 우려 키워
4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인근 먹자골목에 위치한 배수구. 안에 담배꽁초가 한 가득 쌓여있다./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관악·동작구 지역 반지하 거주민들에게 지난해 8월 8일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그날, 안타까운 사고들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관악구 신림동 빌라 반지하에서는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사망했다. 동작구 상도동 빌라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도 침수에 목숨을 잃었다. 하수구의 역류 등 도시 배수 기능의 미비가 불러일으킨 인재였다. 당시 배수구가 막히는 원인으로 토사의 유실과 함께 담배꽁초의 무단투기가 지목됐다.

이처럼 지난해 안타까운 사고를 경험했지만 담배꽁초 무단투기는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는 불법이지만 흡연자들이 몰라서 또는 알고도 배수구 등에 버리기를 반복 중이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은 침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올여름 '슈퍼 엘니뇨'로 평년 대비 많은 강수량이 예상된다. 서울시에서는 담배꽁초 무단투기 과태료를 인상한다는 구상이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무단투기, 평소대로 했다"
퇴근길 집중호우가 예고된 4일,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강남대로 먹자골목의 한 배수구 주변에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배수구 앞이 이른바 '흡연 스팟'인 것이다. 이내 흡연자들 다 피운 담배꽁초를 배수구 안으로 버렸다.

비슷한 시각 한 음식점 주변 배수구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배수구에 담배꽁초를 버린 회사원 A씨는 "아무 생각 없이 담배꽁초를 배수구에 버렸다"며 "평소대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남대로 인근에선 배수구뿐만 아니라 길바닥에도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폐기물관리법상 담배꽁초를 도로 등에 무단 투기하다가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됨에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담배꽁초 무단투기로 배수구가 막힐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B씨(40대)는 "담배꽁초를 배수구나 바닥 등에 무심코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과태료 대상인 것을 알았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 거주하거나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침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다.

지난 3~4월께 배수구에 부칙포를 설치했다고 밝힌 건물관리인 김모씨(60대)는 "주변에 저녁 장사를 하는 음식점이 많은데 부직포로 배수구를 덮어 놓지 않으면 아침에 출근할 때 담배꽁초가 배수구에 한가득 있다"며 "번거롭지만 비가 올 때는 덮개를 치우고 비가 그치면 다시 덮개를 덮는 식으로 담배가 배수구에 못 들어가게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태료 상향 논의...효과는 의문
이날 강남대로 인근에서 만난 흡연자 8명 중 5명은 담배꽁초 무단투기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문제의식 없이 배수구와 길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이었다. 법이 있지만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

이에 서울시는 담배꽁초 무단투기 과태료를 최대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중앙정부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 2차 15만원, 3차 20만원으로 차등 부과하면서 과태료의 액수를 높이는 방안이다.

다만 이런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잠원동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서모씨(26)는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면 불법인 줄 알기만, 배수구 등에 버린다"며 "남들도 다 하는데, 나 하나 안 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