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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판사님 AI변호사 이의있습니다”,성큼 다가온 AI시대

“존경하는 판사님 AI변호사 이의있습니다”,성큼 다가온 AI시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에 침투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각종 문서 작업, 방대한 법과 판례 데이터를 다루는 법률시장은 AI 활용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법조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따라 법조계의 혁신 속도를 높여 소비자들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존 법조계와 혁신분야간 대립과 반목보다는, 생산적인 협업을 통해 연착륙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피 튀기는 AI 전쟁, 마지막 전쟁터는 법률시장
‘챗GPT’로 촉발된 AI 전쟁의 여파는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완승한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는 세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반면,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초거대 생성형 AI인 챗GPT가 세상에 나오자, 놀랍다는 반응을 넘어 이를 직접 활용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각종 산업계에서는 실무에 생성형 AI를 공격적으로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 AI의 확산 속도가 ‘특이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법률산업이 '사무 및 행정 지원’ 분야에 이어 AI 기반 업무 자동화로 인해 두 번째로 많은 영향을 받는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법률산업 관련 일자리 중 44%가 AI 자동화에 노출될 것으로 봤다.

의뢰인들의 개별 사례별로 위법한 요소가 있는지, 처벌은 어느 정도 받게 되는지 등을 분석해 주는 AI는 이미 현실화해 있다.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는 “이미 미국에서는 AI가 변호사시험을 통과했다”며 “AI 전쟁에서 마지막 전쟁터는 바로 법률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폭탄 아니라 보검"...합의는 과제
AI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법조계에서도 이를 배척하기보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강민구 부장판사는 4일 법무법인 원, 인텔리콘연구소 등이 서울 서초구에서 ‘초거대 AI와 법률의 미래’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 참석해 “변호사에게 AI는 핵폭탄이 아니라 보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생성형 AI의 최적 분야가 바로 문서로 먹고사는 직업군이 있는 법조”라며 “리걸테크 기업과 변호사단체가 투쟁의 상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로톡을 비롯한 여러 리걸테크 기업에 대한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엘박스’의 AI 판례 분석 서비스, ‘로스닥’의 AI 기반 승소율 예측 서비스 등 AI기반 서비스를 둘러싼 잡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AI가 법조계에 활용되기 위해선 활용범위와 서비스 제공 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정익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기술적으로 법률 AI가 법률적 목적 외에 의뢰인의 감정적, 심정적 목적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의 업무가 단순 논리적, 수학적 연산 외에 소위 ‘직관적인 판단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오 변호사는 당분간 변호사를 대체하는 AI의 등장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변호사 보조자로서의 법률 AI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