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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잠자면서 고통없이 죽는법이 있나요?" "X 마시면 됩니다"
온라인 검색으로 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살 관련 게시글이 넘쳐난다. 명백한 간접살인임에도 어린 청소년부터 중장년층 누구나 온라인에 떠도는 간접 살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소중한 생명과 관련된 사실상의 범죄 방조행위 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만 한다면 자살 암시글은 물론 자살을 하는 방법, 자살·자해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분별하게 온라인을 떠도는 자살 관련 게시글이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면서 소중한 생명들을 앗아가고 있다. 관련 게시글을 올리는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강력 범죄 발생 우려도 큰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자살 관련 유해 게시물의 온라인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자살 유발 정보 매년 증가
7일 보건복지부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 활동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자살 유해 정보는 갈수록 폭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만2392건이었던 자살 유발 정보는 2019년 3만2588건, 2020년 9만772건, 2021년 14만2725건, 2022년 23만4064건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의 간접 살인을 하거나 최소한 방조하는 범죄행위가 명백하다.
보건복지부 모니터링단의 활동이 증가하며 관련 신고가 늘어난 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온라인에 자살 유발 정보가 횡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신고된 자살 유발 정보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이 12만2442건(52.3%)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 올라오는 플랫폼인 '틱톡'에서도 '자해러'(자해하는 사람)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새빨간 물질이 나오는 영상이 나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혐오감이 들게 한다. 댓글에서 청소년들은 "자해를 하면 어떤 느낌이냐",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서로 거리낌없이 자해관련 정보를 공유, 청소년들의 자해심리를 부추기기도 한다.
자살 위해(危害) 물건 판매·활용 4만1210건(17.6%), 자살 동반자 모집 1만8889건(8.1%), 구체적 자살 방법 6070건(2.6%), 영상 콘텐츠 4300건(1.8%), 기타 4만1153건(17.6%)이 뒤를 있어 호기심 많은 어린 세대들을 포함해 모든 계층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전면 차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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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성년자 접근 막도록 즉각 삭제 돼야
경찰은 미성년자 자살 건수가 단기간에 급증했다고 판단, 총력을 기울여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온라인 공간의 유해 정보에 대한 규제는 부족하다. 경찰은 사건 직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건의했지만, 지난 4월 27일 '의결 보류'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방송통신망법상 규제·논의가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하는 모니터링과 특정 키워드 차단 외에는 뚜렷한 규제 방법이 없으며, 수많은 게시물을 다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회에선 온라인 자살유해정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지난 달 27일 국회자살예방포럼은 '2023 국회자살예방포럼 제2차 정책 세미나'를 개최해 이 같이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네이버나 구글 등 포탈에 올라오는 자살유해 정보 등은 즉시 삭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제재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에서 관련 입법도 한창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최근 부가통신사업자 등이 운영,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자살유발정보를 포함한 불법촬영물 등이 유통될 경우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즉각 삭제해 유통을 원천봉쇄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자살유발정보를 불법촬영물 등에 포함해 삭제 요청을 통해 곧바로 삭제와 접속 차단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살관련 정보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해당 조치에 관한 기준 등을 방통위가 고시토록 해 자살유발정보 등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토록 했다.
안 의원실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른 자살유발정보가 유통돼 이용자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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