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수능 킬러문항 '핀셋 제거’”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을 '핀셋 제거'하고, 유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만 3∼5세 교육과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2023.6.23 mon@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약 150일을 앞두고 '킬러문항'을 배제키로 결정했지만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걱정은 더 늘고 있다. 오히려 킬러문항 배제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을 찾는 등 걱정이 늘어난 상황이다. 사교육 업계에서도 킬러문항 배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11일 만난 학부모들은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사교육이 줄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수능 변별력을 확보할만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전반전으로 난이도가 낮아저 재수생, 반수생이 더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학부모 송모씨(48)은 "딸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 킬러문항 대비 강의도 많이 들었는데 허탈한 심정"이라며 "정책 변화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당장 줄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뒀다는 장모씨(52)도 "수시 위주로 입시 전략을 짜왔는데, 수능 변별력이 낮아지면 수시 경쟁률이 높아지는 식으로 영향을 받을까 걱정된다"며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학원을 안 보낼 수 있는 공교육 변화 방향을 먼저 제시해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남권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양(17)은 "수능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내신 경쟁률이 높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교육 정책이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킬러문항 배제가 예상치 못한 다른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수능 난이도 저하가 예고된 상황에서 "킬러문항이 없으면 재도전할만하다"는 엔(n)수생, 반수생이 늘어나는 등 입시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갑작스런 정책 변화가 혼란을 야기하고 결국 사교육비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었다.
반면 학원가에서는 발 빠른 대응 중에 있었다. 우선적으로 강의와 교재 이름에서 '킬러문항' 네 글자를 급하게 지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킬러문항 배제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강사 A씨(40)는 "킬러문항 자체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이 정책으로 사교육 부담이 줄고 '공정 수능'이 실현되기엔 보완할 점도 많다"며 "공정성 확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발표 시기가 수능과 임박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B 원장(55)도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 만능주의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교육 의존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올해 출제위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수능 문제의 완성도 자체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 원장은 "이렇게 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일명 '고3 장사'는 더 성행하고, 입시 결과도 혼란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킬러문항과 큰 관련이 없는 중위권, 혹은 수시를 위주로 준비하는 지방의 수험생들을 포용하지 못한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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