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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원 칼럼] 인센티브 유감

[조창원 칼럼] 인센티브 유감
진료가 정확해야 처방전이 제대로 나오는 법. 사람의 몸이나 사회나 마찬가지다. 스무고개로 금융진단을 해보자. 부실 금융기관의 원인은? 연체율 상승이다. 연체율이 나빠진 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PF는 왜 그리 많았던 걸까. 인센티브 지급 때문이다. 세 번째 고개에서 원인을 찾아냈다. 그렇다면 인센티브 제도를 손질하면 부실금융 논란은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겠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센티브에 손댈 용감한 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딜레마'가 있다. 직원에게 일을 시키려면 동기(Motive)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냥 두면 월급 받은 만큼만 또박또박 일을 한다. 인센티브는 직원이 적극적인 성과를 내도록 유인하는 강력한 보상 수단이다. 능력을 발휘해 기여한 만큼 보상을 가져가는 능력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인센티브 제도를 비난할 근거는 약하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오히려 인센티브를 안 주는 회사가 불공정하다. 그런데 인센티브가 언제나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인센티브 많이 받는 능력자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곳으로 미련 없이 떠난다. 아울러 사내협력 분위기는 내부경쟁으로 돌변한다. 지식공유나 업무협력이 불가능하다. 내가 잘되고 남이 안 돼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인센티브의 매력에 중독된 조직문화는 망조가 들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금융기관 부실 뇌관으로 부동산 PF가 지목된 점도 인센티브와 무관치 않다. 부동산 PF 대출 크게 한 방이면 회사 이익이 쑥쑥 올라간다. 이런 황금알 낳는 거위를 마다할 고위 임원은 없다. 그렇다면 부동산 PF 선수들을 영입해서 즉시 전력으로 쓰면 된다. 인센티브를 두둑이 챙겨주면 된다. 지난해까지 유동성 장세와 부동산 버블 덕분에 부동산 PF 선수들은 한철 장사를 바짝 했다. 그리고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겨 갔고, 시장에 나뒹구는 건 부실채권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 인센티브를 챙겨서 재미보는 자와 뒤처리를 담당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식이다.

인센티브에 대한 과장된 해석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가까운 시점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위기다. 미국 굴지의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다가 부실 문제로 줄줄이 망했다. 그러나 대형 투자은행들은 직원들에게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지급했다. 반면 금융위기 충격에 서민들의 삶은 흔들리고, 국가는 금융가를 구제해야 했다.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탐욕과 뻔뻔함을 빗대 '살찐 고양이들'(Wall Street fat cats)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뉴욕 맨해튼 거리를 휩쓴 시위대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란 구호를 내걸었다.

다시 금융기관의 인센티브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인센티브 문제는 건드릴 수 없다. 언젠가는 나도 인센티브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겠다며 기대에 부푼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래서 없애봤자 슬그머니 다시 부활한다. 부실 문제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인 이유다.

부실 금융사의 감독기관을 바꿔야 한다느니 건전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느니 말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그래봐야 본질은 변함없다.
스무고개를 세 번만 해도 원인을 찾아내는데 여전히 우물 가서 숭늉을 찾고 있다. 인센티브는 자유경쟁의 정당한 보상인가, 공공재 영역에서만큼은 통제 대상인가. 가설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설득력 있는 가설을 세울 때다.

jjack3@fnnews.com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