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한국 온 닉 카페제라씨 "인생 마지막 조각 찾고파" 눈물
실종 가족찾기 민원 제출 등 영화에 친부모 찾는 과정 담아
지난 5일 닉 카페제라씨(가운데·한국이름 성정호)가 성남 수정경찰서에 실종 가족찾기 민원을 제출하고 경찰과 상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원 성남 수정경찰서 경무계장, 닉 카페제라, 민지현 시소픽쳐스 PD 사진=이진혁 기자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고국을 찾았다. 35년 만이다. 그동안 숱하게 고향 방문에 도전했다. 그러나 몇 번이고 낙담하고, 포기했다. "친부모를 찾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주변의 독려로 카메라를 들었다. 용기를 냈다. 비록 친부모의 행방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고국에서 여러 흔적을 찾고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닉 카페제라씨(한국명 성정호) 얘기다.
닉씨는 지난 6월 29일 본인의 자전 다큐멘터리 'Many Oceans' 촬영을 위해 지에 페이 유안 PD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지난 1986년 6월 23일 성남시 상적동의 한 주택 앞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된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이다. 이후 세 군데의 위탁 가정을 거쳐 홀트아동복지회에 의해 1987년 10월 6일 미국으로 떠났다.
닉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흩어진 조각들을 찾았다. 귀국 다음날인 지난 30일 그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본인을 발견한 한 여성의 이름을 찾아냈고, 이들이 성남 고등파출소에서 분홍색 포대기에 싸매진 자신을 인계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이 1986년 6월 23일 오전 4시 30분 수원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닉씨 등은 지난 5일 기자와 함께 성남 수정경찰서를 찾았다. 닉씨는 경찰서에서 발견자, 위탁모 그리고 친부모를 찾는다는 실종 가족 찾기 민원을 제출했다.
민원 서류를 제출한 닉씨는 "피입양 이후 한국에 돌아오기 까지 35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인생에 남아있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양원 성남 수정경찰서 경무계장은 "닉씨의 경우 친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무해 가족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발견자와 위탁모는 가족이 아니기에 연결을 거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닉씨는 자신을 처음 발견한 분과 연결이 닿았다.
성남시 상적동 주민을 통해서다. 그를 처음 발견한 서모씨(76)는 "문 앞에 꽉 묶인 보따리가 있었다"며 "이 장면을 계속 지켜보던 옆집 아저씨가 보따리를 들고 들어가라고 보채 챙겨보니 아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 수사 전문가인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닉씨의 친모가 20대 젊은 학생이거나 남편의 군복무 등으로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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