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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요? 꿈도 못꾸죠 ㅠㅠ"..고물가·폭우에 '휴포族' 는다

"바캉스요? 꿈도 못꾸죠 ㅠㅠ"..고물가·폭우에 '휴포族' 는다
1일 개장한 강원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열린 강릉비치비어페스티벌에서 피서객들이 시원한 맥주를 즐기고 있다.이날 개장한 경포해수욕장은 8월 20일까지 운영된다. 2023.7.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천정부지 고물가에 여름휴가 엄두도 못내요"

#직장인 김모씨(30)는 올해 여름휴가 기간 동안 가려고 했던 제주도 가족 여행을 취소하고 '집콕'할 예정이다. 비수기보다 약 10만원 비싼 항공료와 하루 50만원에 육박하는 숙박비, 자동차 렌트비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계속되는 장마 예보에 여행을 망칠까 걱정됐기 때문. 김씨는 "관광지 물가는 더 올랐다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다"며 "성수기가 지나고 가을에나 짧게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고물가와 궂은 날씨 등의 영향으로 여름 휴가를 포기하는 직장인이 속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비수기로 여행을 미루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앤데믹 후 하늘길도 열렸지만, 치솟은 여행 비용과 연이은 고물가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

13일 온라인 조사기관 피앰아이에 따르면, 지난 7일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올여름 휴가에 대한 기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70%의 응답자가 '휴가 계획이 없다'(36.8%),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36.2%)'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일정 조율이 어려워서(35.4%)'와 '비용이 부담돼서(34.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비용 문제를 이유로 휴가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29)는 8월 중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계획했지만, 최근 단체 카카오톡 방에 "여행을 나중으로 미루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정씨는 "여름에 동남아는 너무 덥다고 들었는데, 평소보다 2배는 비싼 가격을 주고 다녀오는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껴진다"며 "굳이 한여름에 꼭 휴가를 가야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바캉스요? 꿈도 못꾸죠 ㅠㅠ"..고물가·폭우에 '휴포族' 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13일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2023.07.13. jhope@newsis.com /사진=뉴시스
10명중 7명 "그냥 집콕할래요"

국내로 휴가를 계획했던 직장인들도 비용에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특히 성수기 국내 관광지의 '바가지 물가'가 연일 비판을 받으며 국내 여행을 포기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씨(27)는 "친구가 지난주에 여수에 다녀왔는데, 관광지에 있는 포차에 갔더니 작은 메뉴 하나에 4만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라며 "해외로 여행 가기 부담스러워 국내 여행을 알아봤는데, 별반 차이가 없어 이번 여름 휴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향은 지난 3년 동안 지속됐던 코로나로 인해 혹독한 시기를 겪었던 관광업계가 모처럼 대목을 맞이해 너도나도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지에서 숙박업소,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각종 비용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입은 손실을 요금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휴가를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음식 및 숙박’ 항목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상승한 117.38을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보다 2배 이상 치솟은 수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호텔 숙박료가 전년 동기 대비 11.1% 올랐고, 콘도 숙박료는 13.4% 올라 두드러졌다.

아울러 궂은 날씨도 국내 여행 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시작 전부터 엘니뇨의 영향으로 폭염과 긴 장마가 번갈아 나타날 것으로 예보되면서 직장인들이 쉽사리 미리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6월 말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이모씨(33)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경주월드 방문 등 계획했던 일을 못하고 호텔에만 있었다"며 "날씨 탓에 여행을 100%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