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와 관련해 영아학대치사와 시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 A씨가 7월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A씨는 2018년 4월 광주의 주거지에서 생후 6일밖에 안 된 아기를 방치한 상태로 외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이낸셜뉴스] 산모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의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출생통보제'는 빠르게 국회를 통과됐지만, 익명으로 출산하면 정부가 대신 출생신고를 하는 '보호출산제'는 논쟁만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출생통보제 도입 이후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보호출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모가 아이 양육을 포기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도록 국가가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병원 밖 출산 막아야" vs "양육 포기 돕는 것"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을 일종의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관련 기관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신원 노출이나 양육은 원치 않는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할 수 있다. 이때 '보호출산제'가 있다면 익명 출산이 가능해진다.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쪽에선 어떤 임신부든 출산을 원할 경우 안전한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밖에서 위험천만한 출산을 한다면 임신부와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출산 후에도 영아 유기나 살해로 이어질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출산제가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이를 뿌리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만든다는 반대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아질 수 있다거나, 익명 출산된 아이들이 부모를 알지 못해 훗날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
또다른 사각지대 없게 해야
정부는 조속히 보호출산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호출산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 전산시스템 개발 등 준비 작업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 작업이 늦어지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후 시행 예정인 출생통보제보다 사실상 늦게 시행될 수 있다.
보호출산제가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또다른 사각지대가 된다는 말이다.
정부는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제 법안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가정 양육 우선 원칙을 법안에 더 충실히 담겠다는 방침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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