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유동화전문회사 5곳 선정
개인 연체채권 매각 통로 확대
경험 없다보니 눈치만 살피는 중
저축銀 "매입사 늘려달라" 요구... 금융당국 "연말까지 추가 없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개인 연채체권 매각 통로를 확대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외에 개인 연체채권 매입 주체로 선정된 민간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FNI) 5개사 모두 무담보 NPL 매입 경험이 없어 매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연체율 관리에 나서야 하는 저축은행 측에서는 매각 통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 채무자에 대한 과잉 추심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추가 확대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16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원을 상실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 개인 채무자가 대부업체나 신용정보업체로부터 가혹한 채권 추심에 시달리지 않도록 돕기 위해 개인 연체채권 매입펀드를 조성했다. 운영 주체는 캠코로 정해졌다.
저축은행들은 매입처가 캠코 1곳으로 제한되면서 개인 연체채권이 30∼50% 할인된 가격에 팔리자 매각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에서 올 1·4분기 5.1%로 1.7%포인트(p) 상승했다.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1%에서 5.1%로 1.0%p 올랐다.
이에 지난 11일 개인 연체채권 매각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주요 저축은행 10곳, 매입 기관으로 지정된 5개 FNI 중 유암코를 제외한 4개사(우리금융F&I, 하나F&I, 대신F&I, 키움F&I)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가 지난 5월 말 캠코 외에 이들 5개사에도 개인 연체채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통로를 넓혔지만 매각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지 않자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자리가 마련됐다. 저축은행들은 이 자리에서 유동화 기간, 선순위 주체 등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아직 이들 5개사가 수립한 매입 계획이 없어 구체적인 답변은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업계는 매각 통로를 더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매입 주체로 선정된 5개사 외에도 더 많은 FNI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추가 매입 주체 확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연체채권 매입 주체가 확대될 경우 과잉 추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5개 FNI가 금융사 계열사라는 점도 무분별한 채권 추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매입 주체 확대로 둑에 작은 구멍을 뚫어준 것"이라며 "이 구멍이 커져서 거대한 강둑을 무너뜨릴지 아니면 막힐 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현재 방안을 추진해 본 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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