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가로채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전세사기 일당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대상으로 한 범행인 데다, 일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여전히 양형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택의 실제 전세 보증금보다 낮다는 점, 무자본 갭투자라는 점, 법정 초과 수수료를 초과하는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점 등을 피해자에게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자신의 업체에 명의를 빌려주는 이른바 '바지 임대인'을 여러 명 두고, 다세대 주택을 사들인 뒤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통해 임차인 37명을 속여 보증금 80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전세 사기를 벌인 '세 모녀 사기단' 중 모친 김모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김씨는 2017년부터 두 딸의 명의로 서울 강서구·관악구 등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주택 3400여채를 사들여 '깡통전세' 계약으로 70억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의 주범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고, 80억원대 전세사기를 친 '강서구 빌라왕'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전세사기는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는데,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다. 피해자별로 사기죄가 성립돼 1인당 5억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정경제범죄법)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세사기 사건은 피해자별 금액이 5억원을 넘지 않아 특경법 적용이 안 되는 실정이다. 다만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렀다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어, 징역 15년이 법정 최고형이 된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총 피해 액수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 양형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은 전세사기 등 중대 재산범죄에 대해 상응하는 처벌을 하기 위해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범행방법이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피해액 합산 금액이 5억원을 초과한 경우 가중 처벌하는 특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부동산의 임대차와 관련해 형법 제347조(사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 이득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는 특례를 신설하는 특경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도 기소단계에서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중 하나가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다. 대형 전세사기는 임대인, 브로커, 공인중개사 등 여러명이 역할을 분담해 공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방침을 정한 후 검찰은 지난 달 처음으로 국내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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