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폭우 희생자 50명에 육박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책 필요
16일 오전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이 온통 토사로 뒤덮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쏟아진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한 사람이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충북 청주 오송에서는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밀어닥친 물에 잠겨 10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다. 경북 등지에서도 산사태로 많은 인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자연재해의 강도는 해마다 세지고 있다. 집중호우를 넘어 '극한호우'라는 공식 용어가 등장할 만큼 매우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극단적인 비가 쏟아지는 일이 잦다. 이상기후는 비단 한반도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온이 최고 56도까지 오르는 살인적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45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인구 밀집지역을 침수시켰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극한적 날씨가 인간의 건강과 농업, 에너지, 물 공급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기후의 근본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초래한 지구온난화다. 미국 우드웰 기후연구센터는 평균온도가 17도를 넘은 7월 날씨는 12만500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온이 오르면 공기에 수분이 많아져 일부 지역에선 폭염과 가뭄을, 다른 지역에선 폭우를 초래한다. 유럽이 폭염에 신음하는 동안 반대편 미국 동북부에서는 지난 10~11일 한 달에 내릴 비가 이틀 동안 쏟아졌다.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폭염과 산불, 폭우 등의 이상기후는 결국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온실가스가 원인이 된 인재(人災)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세계적인 견지에서 보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후협약 이행에 속도를 내는 것이 하나다. 우리나라도 부과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방재대책 강화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재난 매뉴얼과 재해방지 시설로는 초강력 재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하차도가 침수돼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오송 사고도 범람과 제방 붕괴의 위험이 있는 하천 인근의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것이 큰 이유다.
해마다 반복되는 재해에 눈 뜨고 당하는 일은 더 없어야 한다. 기록적인 폭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시설물 건설기준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 허술하게 쌓은 제방은 붕괴될 위험성이 당연히 크다. 물이 불어난 미호천 범람을 막으려고 모래를 쌓아 올렸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형사처벌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안이한 행정력이 문제다.
이번 수해에서 발생한 사고도 조금만 치밀하게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재난이 닥치면 과잉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신속하고도 과감한 대응책을 구사해야 한다. 해마다 강조하는 것이지만 재난대처 능력을 다시 점검하고 매뉴얼도 그때그때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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