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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지하차도 침수참사 감찰 착수..경찰도 조사동참


오송지하차도 침수참사 감찰 착수..경찰도 조사동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오성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국무조정실이 전격 감찰에 착수했다. 또한 충북경찰청과 경북경찰청도 집중 호우로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한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를 착수했거나 논의중이다. 충북과 경북 지역은 이번 폭우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17일 오후 5시 현재 전국 사망자 40명중 대부분이 두 지역에서 나왔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망자는 전날보다 9명에서 4명이 더 늘어 13명이 됐다. 경북 지역에서도 19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 지역에선 총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여전히 실종상태다. 실종자 3명은 매몰됐고, 5명은 물에 휩쓸렸다.

국무조정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감찰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려드리겠다"며 징계·고발·수사의뢰·제도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송지하차도 침수참사 감찰 착수..경찰도 조사동참
17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이 침수 차량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오송지하차도 침수참사 감찰 착수..경찰도 조사동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방문, 배수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송참사 직전 통제요청 112신고 확인
국무조정실은 다수의 인명 피해 발생 경위와 관련해 "사고 발생시간(15일 오전 8시40분)보다 1∼2시간 가까이 빠른 사고 당일 오전 7시2분과 7시58분에 이미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각각 한 차례씩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일 새벽 충북도·청주시·청주 흥덕구 등 현장을 관할하는 광역·기초자치단체 및 경찰·소방에 들어온 모든 위험 신고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전 오송 지하차도에 대한 교통 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안전조치 내역도 살펴볼 예정이다. 침수 원인을 제공한 미호천의 임시 제방공사와 관련된 각종 행정기록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국무조정실은 설명했다.

충북경찰청도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전담수사본부 88명을 꾸려 행복청과 충북도청, 청주시청·관할구청을 수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는 중대시민재해로 판단중이다. 이번 참사가 재난당국의 부실 대응 탓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의 원인이 된 미호천교 임시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사업을 위해 쌓았다. 다리를 새로 놓기 위해 교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제방(12.8m)을 없애고 임시 제방을 쌓아 올린 것이다.

임시 제방은 모래를 쌓아 방수포를 덮는 정도의 말 그대로 '모래성' 수준이었다. 결국 부실한 제방이 터졌고, 이 사이를 뚫고 나온 강물이 순식간에 저지대인 오송 지하차도로 6만t 가량 쏟아져 들어가면서 차량 16대가 고립돼 물에 잠겼다. 오송읍 주민들로 구성한 '인재로 인한 오송읍민 재난대책위원회'는 이날 청주시청 임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호강 다리 확장공사의 부실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5일 제방이 무너진 뒤 긴급 복구작업을 시공사와 행복청에 요청했으나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며 "이재민 수백명을 학교에 분산시켜 놓고 기다리라는 청주시 행정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농기계로 오송 진입로인 36번 국도와 KTX오송역을 봉쇄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경북경찰청도 경북 북부에서 집중 호우로 2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 착수를 검토 중이다. 이날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강력계는 지난 15일 호우와 산사태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예천·문경·영주·봉화 지역 경찰서 형사과와 합동해 개별 사고 발생 경위와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구체적인 혐의점을 찾으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관련 법령을 적용할 방침이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예천 수해 현장을 방문해 충북 오송처럼 수사 전담 본부가 차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사망사고가 여러 장소에서 발생한 탓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사 착수 준비를 위해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한 경북 북부 지역 총 15군데에서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오송지하차도 침수참사 감찰 착수..경찰도 조사동참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집중호우로 실종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17일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2023.07.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예천군 수색 난항..해병대 1600명 투입
밤샘 배수 작업으로 물이 빠진 오송 지하차도의 수색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예천군 매몰지에선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천군 매몰 지역은 산사태로 무너진 토사량이 워낙 많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과 구조가 난항을 겪자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1600여명도 예천 등 피해 지역에 투입돼 도움을 줄 예정이다. 현재 산사태로 인한 주택 파손 등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은 1069가구 1632명이다.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에서는 수색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희생자 4명과 차량 6대가 추가로 인양됐다. 이날 새벽 소방당국이 밤샘 수색작업으로 4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하면서 희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1명은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이들이고, 2명은 실종신고가 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지하차도 내에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를 비롯해 최소 1명 이상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9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충청권에 최대 300㎜, 남해안 400㎜ 이상의 비가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80~100㎜의 '극한호우'도 예상됐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김장욱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