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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사드 참외' 닮아가는 오염수 괴담

[구본영 칼럼] '사드 참외' 닮아가는 오염수 괴담
참외는 이맘때가 제철이다. 요즘 성주 참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동남아 각국, 대만 등으로까지.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전자파 괴담'으로 판로를 잃었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성주는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점하는 최대 참외 집산지다. 사드를 반대하는 단체의 현장시위로 참외농가도 큰 내상을 입었다. 당시 집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라며 '괴담송'까지 불렀다. 최근 사드 레이더 전자파 수치가 안전기준치의 2600분의 1 수준이란 측정 결과가 나왔다. '사드 참외'란 누명을 벗자 성주 참외 올해 매출은 사상 최고치에 이를 참이다.

여야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부딪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외집회에다 일부 의원이 단식까지 벌이자 국민의힘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수조 물을 떠 먹는 이벤트로 맞섰다. 정작 방류 주체인 일본 조야의 기류는 태평하기만 한데.

며칠 전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이를 "깡통 보고서"라고 낙인 찍었다. 집권 때인 2년 전 "IAEA 기준에 적합한 절차를 따른다면 굳이 (방류를) 반대할 건 없다"고 했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물론 정치권, 특히 야당이 일본의 오염수로 인한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건 당연한 책무다. 다만 과학적 근거 없이 접근하니 문제다. 미국·캐나다 등 주요 태평양 연안국들이 IAEA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민주당의 방류 반대 유엔총회 결의안 추진은 헛구호로 그칠 게 뻔하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 때는 오염된 '원액'이 대량으로 태평양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이후 우리 수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되진 않았다. 이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처리수를 방류하는 마당에 '핵폐수'니 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우군 확보는커녕 국제 망신만 부를 소지가 적잖다. 특히 '방사능 우럭'류의 선동 프레임은 자충수다. 연안어종인 우럭이 해류를 거슬러 1000㎞를 헤엄쳐 우리 해역으로 온다니…. 이미 후쿠시마산 어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터라 해산물 소비 감소로 국내 수산업계만 타격을 입게 된다. 사드 괴담이 참외농가를 울리더니, '오염수 괴담'으로 우리 어민만 울릴 판이다.

지난날 30일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날 민주당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본회의장에서 "한국인이 많이 없는" 일본 홋카이도로 골프·맛집 기행을 추진하는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잡혔다. '오염수'보다 자신도 '그게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보는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질까 걱정하는, 속마음을 들킨 꼴이었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오염수 공포 마케팅'에만 올인할 때가 아니다. 차제에 여야가 '괴담 공방' 수준을 넘어선 과학적 끝장토론을 해보기 바란다. 그래야만 후쿠시마 오염수 정화 과정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 참여, 우리 해역의 지속적 방사능 모니터링 실시 등 실효적 대안을 찾을 수 있을 법하다.

kby777@fnnews.com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