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 만료 수시간을 앞 둔 17일(현지시간) 협정 파기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인근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화물선 데스피나5호가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가 17일(이하 현지시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곡물 협정을 파기했다.
시한 만료 수 시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협정 파기를 발표했다.
곡물협정 파기 소식에 밀, 옥수수, 대두(콩) 등 곡물 가격은 3% 급등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1월에도 협정에서 탈퇴했다가 하루 뒤 복구한 바 있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정 탈퇴
우크라이나의 크림대교 폭파로 사상자가 난 뒤 러시아는 이날 전격적으로 곡물협정을 파기했다.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곡물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오늘이 곡물협정 마지막 날이다"라며 "러시아의 이익이 존중받게 되면 그 때 다시 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발표했다.
곡물협정은 전세계 식량창고 역할을 하는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타결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흑해 교역로가 막히자 글로벌 식량위기 우려가 대두됐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튀르키예 등이 중재에 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는 곡물 수출을 방해하지 않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이를 악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계속해서 불만을 나타내 왔다.
곡물협정으로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지속하는 와중에도 또 다른 곡창지대인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곡물과 비료 수출이 제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곡물이 꼭 필요한 아프리카 대륙을 비롯한 전세계에 곡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곡물 가격 급등
곡물 가격은 러시아가 협정을 파기했다는 소식에 급격히 올랐다.
밀 선물 가격은 이날 3% 급등해 부셸당 6.8925달러까지 올랐다. 부셸당 7.0625달러까지 올랐던 지난해 6월 28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5월 기록한 부셸당 11.775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옥수수 가격 역시 장중 부셸당 5.265달러까지 올랐다.
식용유 등으로 사용되는 대두 가격은 부셸당 13.8875달러까지 뛰었다.
내년 작황 악화할 수도
정작 문제는 내년 이후에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라보뱅크 농업상품시장 책임자 칼로스 메라는 흑해곡물협정이 없으면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경로를 새로 짜야 한다면서 육상, 또 도나우강의 규모가 작은 소형 항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라는 이렇게 되면 수출 비용이 오르고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줄어 다음 경작시기에 곡물 경작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경우 결국 곡물 가격 추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해 11월에도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곡물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협정 탈퇴 하루 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설득으로 다시 협정에 복귀했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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