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700명 전수조사 실시
"탈시설 성과·문제점 살펴 올바른 프로세스 만들겠다"
'표적수사' 주장해온 전장연과 갈등 이어질 듯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 7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다. 탈시설 과정의 적절성과 만족도, 정책 효과 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를 '표적수사'라고 비판하며 반대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의 탈시설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피고 효과적인 '탈시설 프로세스'를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자립실태조사를 8월과 9월 두 달 동안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 대상은 탈시설 정책이 시작한 2009년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700명이다.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시설 입·퇴소 과정의 적절성, 생활 및 건강 실태, 탈시설 만족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조사는 시와 자치구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과 조사 전문기관 인력 2명이 한 조로 동행해 탈시설 장애인을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는 탈시설 찬성과 반대, 중도측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조사표를 마련했고 이번 조사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번 조사를 연내 수립하는 '제3차 탈시설화 기본계획' 등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단위로 두 차례 '탈시설화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1호선 승강장에서 열린 '서울시의 UN장애인권리협약-탈시설 가이드라인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전수조사로 시와 전장연 간의 갈등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시가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 계획을 밝히자 전장연은 "탈시설 당사자를 위축시키는 표적수사"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탈시설 전수조사를 진행하려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도 조사해야 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 등으로 빚어진 시와 전장연의 갈등은 지난 2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만남을 통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탈시설 전수조사, 보조금 의혹 등으로 양측 감정의 골은 다시 깊어지기 시작했다.
전장연이 지난 12일부터 이어오고 있는 버스 탑승 시위는 양측 간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켰다. 시는 전장연을 대상으로 고발과 손해배상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장연의 이 같은 반대 움직임에도 시는 탈시설 전수조사, 그리고 중증장애인에 대한 돌봄서비스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이번 전수조사에 앞서 실시한 예비조사를 통해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의사능력과 자립역량이 충분한 장애인의 탈시설은 필요하지만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겐 손을 내밀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셈이다.
이수연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이번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를 통해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수립에 반영할 것"이라며 "탈시설 장애인과 시설 거주 장애인 모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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