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한 번에 4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선박 수주 잭팟을 터트렸다. 삼성중공업은 1만60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했다고 18일 공시했다. 국내 단일계약 선박 수주로는 최대 규모다. 계약액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67%에 해당한다. 수주잔고도 지난해 말 295억달러에서 336억달러로 불어나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이달초 HD한국조선해양도 3조원대 수주계약을 해 연간 수주 목표치 90%를 달성했다. 길었던 조선업 불황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쾌거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기술력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척당 가격이 일반 연료 선박보다 20%가량 비싼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메탄올 연료는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이 월등히 적다. 난이도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선박 건조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삼성의 이번 수주는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이어 메탄올선박 경쟁력에서도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친환경 선박 발주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5%, 2050년까지 50% 감축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이에 맞춰 향후 메탄올 추진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사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조선업은 10년 가까이 수주절벽으로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거제, 옥포 등 현장의 도크는 텅텅 비고 수많은 인력들이 짐을 쌌다. 협력사들은 줄줄이 도산에 빠졌고, 지역 경제는 말할 수 없이 황폐화됐다. 팬데믹 기간 해운업 부활과 맞물려 비로소 조선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미래를 보고 갈고닦은 기술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조선사는 이제 4년 치 일감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업계는 수익성 높은 선종을 대상으로 선별수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대부분 적자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곳곳에서 현장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능한 기술인력 공급도 충분치 않다.
강성 노조의 후진적 파업 관행도 여전하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 모처럼 맞은 수주 훈풍을 제대로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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