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교육비에 찌든 생계
월수입의 30% 사교육비 지출.. 공교육 불안감에 학원 못 끊어
주 4일 수학 학원비 90만원대.. "학습질 높이려면 인상 불가피"
정부, 사교육 시장 칼 빼 들어.. 일타강사·대형학원 세무조사
지난 13일 오후 10시께 호우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노후대비는 꿈도 못 꾼다."(학부모)
"학원 수강 과목 많은 친구를 어떻게 따라가나."(학생)
사교육비 부담이 생계위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교육 자체는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은 매월 많게는 200만~300만원에 이르는 학원비를 쓰면서 노후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원 수강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사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26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 200만원이 학원비" vs "사교육은 명품소비"
18일 만난 전업주부 박모씨(42)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지난 2020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이사 왔다. 박씨는 "아이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결국 상위권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니까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박씨 자녀는 학원 및 방과후학교 수업까지 총 7개를 듣는다. 한달에 200만원이 든다. 월소득 700만원가량인 박씨 부부에게는 큰 지출이다. 집도 쪼그라들었다. 경기 파주에서 112.40㎡(34평) 신축 아파트에 살던 박씨는 현재 오랜 연식의 49.59㎡(15평) 규모 빌라에 산다. 박씨는 "노후대비도 안 되고 집도 살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학원 수업을 경쟁력의 척도로 보고 있다.
대치동에 사는 고등학생 최모군(17)은 국어학원 2곳, 수학학원 1곳에서 수업을 받으며 월 150만원가량을 학원비로 낸다. 특히 주 4일을 다니는 수학학원 비용만 월 90만원대다. 그는 "주변 친구들은 보통 학원 4군데 정도 다니는 데 비하면 학원을 많이 다니지는 않는 편"이라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 수도 많아지니까 학원을 적게 다니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학원비 상승 부담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원계에선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었고, 교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인상을 해야 된다는 분위기였다. 실제 4년 새 학원비를 20% 올린 학원도 있었다.
대치동 대형 수학학원 원장 B씨는 이달 학원비를 10% 올렸다. 그는 "양질의 사교육은 명품 소비와 같다"며 "교육에는 아이들 인생이 걸린 것이니까 학원이 잘만 가르쳐주면 비싼 돈 못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전쟁' 벌이는 정부…일타강사까지 세무조사
매년 사교육비가 늘자 정부는 간접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유웨이 등 서울 대형 학원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세무조사를 벌였다. 유명 '일타 강사'로 불리는 현우진 강사 세무조사도 사전 통보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7~2022년 학원 사업자 대상 비정기 세무조사는 총 132건, 추징세액은 5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세청 학원비 부조리 신고에 접수된 민원도 크게 늘었다. 학원비 부조리 신고 민원은 총 282건으로 전년(253건)보다 11.5% 늘었다.
최근 자녀의 학원 하나를 그만두게 됐다는 학부모 오모씨(45)는 "크게 바뀐 것 없이 계속 학원비를 올린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 2회 수업하는데도 학원비가 60만원이 넘는 영어학원도 있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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