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땐
사법부 보수화 가속 전망
노동친화적 판결 뒤바뀔듯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서 권영준 대법관(왼쪽)과 서경환 대법관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첫 대법관으로 임명됐던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권영준·서경환 신임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원의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새롭게 합류한 2명의 신임 대법관은 중도 성향으로, 그간 진보 성향이 강했던 대법원의 '보수·진보' 지형도가 반전됐다. 지난 4월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취임으로 헌법재판소도 진보 색채가 옅어지면서 사법부의 보수화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서경환(57·사법연수원 21기) 신임 대법관은 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법관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권 신임 대법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법은 삶과 연결되어 있다"며 법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권 대법관은 "재판 기록은 단순한 서류뭉치가 아니라 삶의 눈물과 땀방울이다. 법정은 법적 논리 뿐만 아니라 삶의 절절한 호소가 오가는 곳"이라며 "이러한 법과 삶의 원리를 마음 깊이 담아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서 신임 대법관 역시 "따뜻한 애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 대법관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법리도 새로운 지식과 지혜의 스크린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저의 부족함을 채우는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서 대법관은 재판실무와 사법행정에 두루 능통한 정통 법관 출신으로 뚜렷한 정치 성향이 없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 1995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28년 간 각급 법원에서 민사, 형사, 회생파산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2년 간 대기업 법정관리 등 도산사건을 담당한 이후 도산법 분야에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으며 도산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권 대법관 역시 중도 성향 인사다. 법관 생활을 거쳐 2006년부터 서울대 법학대학 교수로 재직한 민법 전문가로 통한다.
중도 성향인 서경환, 권영준 대법관이 중도 성향의 조재연 대법관, 진보 성향의 박정화 대법관 자리를 채우면서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의 구도는 '중도·보수' 대 '진보' 구도는 7대 6으로 뒤바뀐다. 오는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물러나면 대법원의 '진보 벨트'는 확실히 깨지게 된다.
대법원 구성 무게추가 보수 쪽으로 기울면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노동 관련 사건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은 그간 노동 분야 사건에서 진보적 색채가 강한 판결을 잇따라 내려왔는데, 이같은 분위기가 반전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6월 이른바 '노랑봉투법' 입법 취지와 유사한 '불법파업에 동참한 노동조합원의 개별적 책임 정도를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판결이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수 없다'는 취업규칙 변경 관련 판결 등 그간 대법원은 노동친화적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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