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구기자 이야기가 적혀 있는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왼쪽)과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그려진 구기자나무의 구기자(枸杞子)와 지골피(地骨皮).
옛날 한 관리가 지방시찰에 나셨다. 벌써 집을 나선지 한 달이나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희한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나이가 한 16~18세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젊은 여자가 80~90세 정도 돼 보이는 늙은 노인에게 회초리를 때리는 것이다.
관리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걸음을 멈추고 젊은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젊은 사람이 어쩌자고 노인에게 매질을 하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성은 “당신은 누군데 남의 집안일에 참견을 하시는 것이요?”하고 되물었다.
관리는 “남의 집안일? 그러면 이 노인은 친할아버지라는 말인데, 그럼 더더욱 안될 일이 아닌가?”하면서 여인이 손에 들고 있는 회초리를 밀치듯이 빼앗으며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대뜸 “아니 내 증조할머니께 뭐 하는 짓이요?”하는 것이다.
관리는 노인이 젊은 여자를 보고 자신의 증조할머니라고 하니 깜짝 놀랐다.
그러자 여자는 “이 늙은 놈은 내 증손자요, 우리 집안은 대대로 약을 먹어서 늙지 않고 장수를 하고 있는데, 이놈은 어려서부터 게을러서 약을 잘 챙겨 먹지 않아서 이렇게 늙은 모습이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니 혼을 내고 있는 중이요.”라고 했다. 그러나 관리는 “그렇다면 당신의 나이는 도대체 얼마란 말이요?”하고 묻자, “내 나이는 올해 372살이요.”라고 하는 것이다.
관리는 화들짝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그게 가능이나 한 말이요? 그런 약이 있단 말이요? 그 약 이름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바로 구기자요. 구기자를 사철내내 채취해 먹으면 목숨이 천지와 더불어 장수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바로 그때 길가던 어떤 남자가 관리를 톡톡쳤다. “여기서 혼자서 뭐하는 거요?” 묻는 이는 이 동네 의원이었다.
관리는 별 질문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서 젊은 여성과 늙은 노인을 이 남자에게 소개를 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관리는 ‘도대체 어떤 일인가?’하고 어리둥절했다.
관리는 의원에게 방문 전에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자 의원은 “나으리는 방금 전 신선들을 만난 것이요. 이 마을의 뒷산에는 구기자를 먹은 신선이 사는데, 간혹 이렇게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의 눈에 띄기도 하지요.”라고 했다.
그러자 관리는 “그럼 구기자가 사람에게는 효능은 없다는 것이요?”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의원은 “그렇지 않지요. 나는 의원인데, 사람도 구기자를 먹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신선이 될 수는 없는 노릇아니겠습니까? ”하고 웃었다.
관리는 “도대체 구기자가 어떤 약재요? 좀 알려주시오.”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의원은 관리에게 구기자의 효능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구기자는 구기자 나무의 열매를 말합니다. 의서에 보면 구기자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달며 독이 없다고 했소이다. 내상(內傷)이나 심한 허로(虛勞)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음을 강하게 하고 오로(五勞)와 칠상(七傷)을 치료하며, 정기를 보하고 얼굴색을 희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고 장수한다고 했습니다.”라고 설명을 했다.
의원은 이어서 말하기를 “우리 마을은 원래 장수하는 마을이요. 그 이유가 바로 구기자 나무에 있지요. 마을 우물가에 구기자 나무들이 많은데, 구기자의 기운이 우물물에 스며들어 그 우물을 먹는 마을 사람들은 병이 없이 장수하는 것이요. 그 증거로 어느 우물가에 있는 구기자나무를 누군가 베어 버렸는데, 그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장수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소.”라고 했다.
관리는 호기심에 궁금증이 많았다. “그 젊은 여자가 말하는 것을 보면 구기자를 사시 사철 채취한다고 했는데, 구기자 열매는 한 철에만 나는 것 아니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의원은 “구기자나무는 모든 부위를 모두 약으로 사용합니다. 구기자나무는 열매인 구기자를 주로 약으로 사용하지만, 나무의 껍질은 구기(枸杞)라고 하고, 그 뿌리를 지골(地骨)이라고 합니다. 모두 비슷한 효능이 있으면서도 약이 되는 것이 다릅니다.”라고 했다.
관리는 “그런데 의원님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 신선에게 내 구기자 복용법을 미처 듣지 못했소.”라고 아쉬워했다.
그러자 의원은 “구기자 열매는 물에 넣고 차처럼 끓여서 먹어도 되고 가루내어 꿀로 환을 만들어 늘 복용해도 됩니다. 평소에 가루내서 죽을 쒀 먹어도 정혈(精血)을 보해 주고 신기(腎氣)를 북돋아 줍니다. 특히 금수전(金髓煎)이라는 구기자주가 있는 있는데, 붉게 익은 구기자를 2달 동안 술에 담갔다가 구기자를 걸러내어 짓찧어 베에 다시 거른 후 찌꺼기는 버리고 걸러진 즙은 앞에서 담갔던 약주와 함께 은그릇이나 돌그릇에 넣고 졸여서 만든 고약입니다. 매일 따뜻한 술에 큰 숟가락으로 2술씩, 하루에 2번 먹습니다.”라고 했다.
관리는 “효과는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이 방법으로 해서 오래 복용하면 이백일내에 신체는 광택하고 피부는 연유와 같아지며 삼백일여가 지나면 다니는 것이 말처럼 달릴 수 있고, 늙은이는 다시 젊어지며 오랫동안 복용하면 장수하여 가히 진인(眞人)이나 신선(神仙)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의서에는 여자의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생겼을 때 구기자 10근, 생지황 3근을 가루 내고 1방촌시(方寸匕)씩 따뜻한 술로 하루 세 번씩 오랫동안 복용하면 얼굴이 아이처럼 된다고 했습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관리는 좋은 건강재료를 알게 된 것 같아 눈이 반짝거렸다. 1방촌시(方寸匕)는 약 4그램 정도의 양을 말한다.
그런데 의원은 “그런데 혹시 지금 집을 터나 출타 중이라면 구기자를 먹지 않는 것이 좋겠소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관리는 “아니 이렇게 좋은 것을 먹지 말라니요? 이 마을에 구기자나무가 많다면 구기자 또한 많을 것이 아니요?”하고 아쉬워하면 물었다.
그러나 의원은 “나으리를 보니 지금 집에서 멀리 출타 중인 것 같은데, 옛 속담에 ‘천리 먼 길로 집을 떠나거든, 구기(枸杞)를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구기자가 남성의 정기를 보익하고 음도(陰道, 음경)를 강성하게 해주지만 쓸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거든 먹도록 해 보시오.”라고 하는 것이다.
관리는 얼굴이 붉어지며 “내가 예전에 ‘남편이 먼길로 출타할 때 부인이 새우젓을 싸 주면 안된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구기자도 그렇구려.”라며 겸연쩍어 하면서 껄껄껄 웃었다.
관리는 이제 곧 지방시찰을 마칠 것이라고 하자 의원에게 구기자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관리가 흥분돼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서는 의원은 “구기자는 성질이 서늘한 편이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소이다. 특히 속이 냉한 체질은 과용하면 안 될 것이요. 체질이나 증상에 맞는 경우라도 꾸준하게 오랫동안 복용해야 효과를 볼 것이니 너무 욕심내면 안 될 것이요.”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관리는 잘 새겨듣겠다고 하면서 구기자를 얻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관리 역시 얻어온 구기자를 꾸준히 먹었더니 더욱 건강해짐을 느꼈다. 이로써 구기자는 신선이 먹는 음식에서 건강하게 하고 장수하는 약초로 온 나라에 소문이 났다.
* 제목의 〇〇〇는 구기자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 神仙服枸杞法, 出淮南枕中記方. 有一人往西河爲使, 路逢一女子, 年可十五六, 打一老人, 年可八九十, 其使者深怪之, 問其女子曰, 此老人是何人, 女子曰我曾孫, 打之何怪, 此有良藥不肯服食, 致使年老不能行步, 所以決罰, 使人遂問女子今年幾許, 女曰, 年三百七十二歲, 使者又問, 藥復有幾種, 可有聞乎, 女云, 藥惟一種, 然有五名, 使者曰, 五名何也, 女子曰, 春名天精, 夏名枸杞, 秋名地骨, 冬名仙人杖, 亦名西王母杖, 以四時採服之, 令人與天地齊壽, 使者曰, 所採如何, 女子曰, 正月上寅採根, 二月上卯治服之, 三月上辰採莖, 四月上巳治服之, 五月上午採藥, 六月上未治服之, 七月上申採花, 八月上酉治服之, 九月上戊採子, 十月上亥治服之, 十一月上子採根, 十二月上丑治服之, 但依此採治服之, 二百日內, 身體光澤, 皮膚如酥, 三百日徐行及馬, 老者復少, 久服延年, 可爲眞人矣.(신선이 구기자를 복용하는 방법. 한 관리가 서하지방을 가는 도중 길가에서 나이 열대여섯 나 보이는 여자가 80~90세 됨 직한 늙은이를 때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여 그 여자에게 “이 늙은이가 누구인가?”라고 물었더니 그 여자는 “이 사람은 나의 증손자요, 좋은 약이 있는데 먹지 않아 이같이 늙어서 걸음도 잘 걷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벌을 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관리가 “그렇다면 그대의 나이는 얼마인가?” 하고 물으니 그 여자는 “내 나이 372살이요.”라고 하였다. 관리는 놀라며 “그 약의 종류가 무엇인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그 여자의 말이 “약은 단 한 가지고 이름은 다섯 가지인데 봄에는 천정, 여름에는 구기, 가을에는 지골, 겨울에는 선장 또는 왕모장입니다. 이것을 사철 채취해 먹으면 목숨이 천지와 더불어 장수합니다.”라고 하였다. 사자가 말하기를, “어떻게 얻는 것입니까?”하고 묻자, 여자는 “정월의 첫 인일에는 뿌리를 채집하여 이월의 첫 묘일에 치복하고, 삼월의 첫 진일에 줄기를 채집해서 사월의 첫 사일에 치복하고, 오월의 첫 오이에 약을 채집하여 유월의 첫 미일에 치복하고, 칠월의 첫 신일에 꽃을 채집하여 팔월의 첫 유일에 치복하고, 구월의 첫 무이에 씨를 채집하여 시월의 첫 해일에 치복하고, 십일월의 첫 자일에 뿌리를 채집하여 십이월의 첫 축일에 치복합니다. 단지 이러한 채집과 치복에 의거하면 이백일내에 신체는 광택하고 피부는 연유와 같아지며 삼백일여가 지나면 다니는 것이 말처럼 달릴 수 있고, 늙은이는 다시 젊어지며 오랫동안 복용하면 장수하여 가히 진인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식물본초> 枸杞, 諺云, “去家千里, 莫食枸杞”, 言其補益强盛, 無所爲也. 和羊肉作羹食, 和粳米煮粥食, 入葱豉五味, 補虛勞, 尤勝. 南丘多枸杞, 村人多壽, 食其水土也. 潤州大井, 有老枸杞樹, 井水益人, 名著天下. (구기자. 속담에 “천리 먼 길로 집을 떠나거든, 구기를 먹지 말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정기를 보익하고 음도를 강성하게 해주지만 쓸 수가 없다는 말이다. 양고기와 함께 국을 끓여 먹거나, 갱미로 죽을 쑤어 먹는데, 파, 총시와 각종 양념을 넣으면, 허로를 보하는데 더욱 좋다. 봉래현 남구촌에 구기자나무가 많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많이들 장수를 누렸던 까닭은, 그 땅의 물과 토산물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윤주의 큰 우물곁에 오래된 구기자나무가 있었는데, 그 우물의 물이 사람에게 유익하여, 천하에 유명하였다.)
<동의보감> 枸杞子. 性寒一云平, 味苦一云甘, 無毒. 補內傷大勞噓吸, 堅筋骨, 强陰, 療五勞七傷, 補益精氣, 易顔色變白, 明目安神, 令人長壽. 莖名枸杞, 根名地骨. 枸杞當用梗皮, 地骨當用根皮, 枸杞子當用其紅實, 是一物有三用. 其梗皮寒, 根皮大寒, 子微寒, 性亦三等. (성질이 차거나 평하고 맛은 쓰고 달며 독이 없다. 내상이나 심한 허로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음을 강하게 하고 오로와 칠상을 치료하며, 정기를 보하고 얼굴색을 희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장수하게 한다. 줄기를 구기라 하고 뿌리를 지골이라고 한다. 구기는 줄기 껍질을 써야 하고, 지골은 뿌리 껍질을 써야 하며, 구기자는 붉은 열매를 써야 한다. 한 식물이 3가지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
枸杞. 久服, 輕身, 不老, 耐寒暑, 令人長壽. 皮及子, 作末蜜丸, 常服亦可, 酒浸服. 金髓煎, 取紅熟枸杞子, 酒浸兩月, 漉出, 硏爛, 以布濾去滓, 取汁, 幷前浸藥酒, 於銀石器內, 熬成膏. 每日溫酒下, 二大匙, 日二次. 久服可以羽化.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고 장수한다. 껍질과 열매는 가루내어 꿀로 환을 만들어 늘 복용해도 되고 술에 담가 먹어도 된다.
금수전은 붉게 익은 구기자를 2달 동안 술에 담갔다가 구기자를 걸러내어 짓찧어 베에 다시 거른 후 찌꺼기는 버리고 걸러진 즙은 앞에서 담갔던 약주와 함께 은그릇이나 돌그릇에 넣고 졸여서 만든 고약이다. 매일 따뜻한 술에 큰 숟가락으로 2술씩, 하루에 2번 먹는다. 오래 복용하면 신선이 될 수 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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