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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출신 우크라 전쟁 찬성 블로거 "푸틴은 비열한 범죄자" 욕했다가 체포

[파이낸셜뉴스]
KGB 출신 우크라 전쟁 찬성 블로거 "푸틴은 비열한 범죄자" 욕했다가 체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열한 범죄자'라고 비판한 우크라이나 전쟁 찬성 유명 블로거인 KGB 출신의 이고르 기르킨이 21일(현지시간)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기르킨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독립주의자들이 만든 이른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부 장관 시절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 격추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궐석재판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AFP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양하는 러시아 유명 블로거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해 비판했다가 체포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옛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찬성하는 블로거인 이고르 기르킨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체포됐다.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이 지난달 24일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킨 뒤 체면을 구긴 푸틴이 본보기로 그를 체포했다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르킨은 푸틴 대통령처럼 KGB 첩보원 출신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병합하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이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할 당시 상당한 역할을 해 서방으로부터 대량학살 혐의로 유죄를 받은 상태다.

러시아 국영언론과 기르킨의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기르킨은 '극단주의자 활동' 혐의로 이날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의 소셜미디어 포스트는 부인이 올렸다.

'이고르 스트렐코프'라는 가명으로도 활동하는 기르킨은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이른바 '밀덕블로거' 가운데 한 명이다. 군사 관련 포스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성하고 전투 현장에 직접 나가 소식을 전하는 블로거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졸전을 거듭하면서 그는 비판으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최근 수개월 동안에는 군부 비판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정부와 푸틴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기르킨은 올 봄 극단적인 국수주의자 정치그룹인 이른바 '화난 애국자 클럽' 설립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러시아가 매우 암울한 내부 정치적 변화에 직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용병그룹 바그너의 무장봉기가 순식간에 끝이 난 지난달 25일 그는 푸틴을 비난했다.

푸틴이 러시아의 "전시체제 구축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어려운 임무를 해 낼 수 있는 누군가에게 법적으로 권력을 넘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그러나 푸틴의 심기를 자극하던 기르킨이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을 넘은 것은 18일이었다고 전했다.

기르킨은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푸틴을 '비열한 범죄자(lowlife)'이자 '겁 많은 놈팡이(cowardly bum)'라고 비난하면서 임계점을 넘어섰다.

그는 "지난 23년 동안 이 나라는 이 나라 사람들 상당수의 '눈에 먼지를 뿌린' 비열한 범죄자가 이끌었다"면서 "이제 그는 나라의 합법성과 안정성 최후의 섬과 같은 인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기르킨은 이어 "그러나 이 나라는 이 겁쟁이 놈팡이가 권력을 쥐는 또 다른 6년을 더 이상 참아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은 대통령, 총리, 다시 대통령 등으로 23년 동안 러시아를 이끌었다.

기르킨이 마침내 선을 넘자 당국은 행동에 나섰다.

기르킨의 부인 미로슬라바 레진스카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수사위원회(RIC)가 이날 오전 11시 30분 아파트에 도착해 남편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고 밝혔다.

그 뒤 국영 통신사 리아노보스티도 이를 확인했다. 리아노보스티는 모스크바 메슈찬스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따라 기르킨이 극단주의 활동으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KGB 출신인 기르킨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대령을 지냈다.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국방장관도 역임했다.

그는 도네츠크 국방장관 시절이던 2014년 도네츠크 상공을 지나가던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17편 여객기를 격추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며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승무원과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당시 궐석재판에서 기르킨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