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럽이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유럽 관광객들이 극심한 더위를 피해 북유럽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 인근에서 19일(현지시간) 한 캐나다 관광객이 분수 물을 머리에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뉴스1
기후 위기로 최근 폭염이 신기록 경신행진을 하는 가운데 유럽인들이 '덜 더운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 관광사들 모임인 유럽관광위원회(ETC)를 인용해 지중해 연안 대신 체코, 덴마크 등 덜 더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여전히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관광객 규모가 10% 줄었다.
대신 체코, 불가리아, 아일랜드, 덴마크 등 북유럽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ETC는 이달 약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유럽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ETC는 "관광객들이 인구가 덜 밀집돼 있으면서 기온도 더 온난한 북쪽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관광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나드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 여행관광위원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그리스의 경우 GDP의 18.5%, 이탈리아는 10% 이상이 관광에서 나왔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골치거리라고 볼멘 소리를 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이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폭염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북유럽에 관광객을 빼앗기고 있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시름은 깊어지게 됐다.
ETC 설문조사에 유럽인들은 휴가지 선택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기온을 꼽았다. 응답자 7.6%가 유럽 관광 기간 최대 고려 요인으로 폭염을 지목했다.
관광데이터 업체 포워드키스는 이달 유럽대륙이 폭염에 휩싸이면서 영국 관광객들의 관광 선호 지역도 더 시원한 북쪽 지역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워드키스에 따르면 올 7~8월 여름 휴가 극성수기 남유럽 항공편 예약을 위한 인터넷 검색이 이달 들어 전체 항공편 검색의 58%로 지난달 62%에 비해 줄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이전 같으면 검색이 급격히 늘었겠지만 되레 줄어든 것이다.
대신 북유럽 관광지 항공편 검색은 같은 기간 3%p 증가한 10%를 찍었다.
더 큰 문제는 남유럽 폭염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를 덮친 사상최고 폭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비관한 바 있다.
ESA에 따르면 18일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지표면 온도가 45℃를 기록했고,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 이탈리아 시실리의 카타니아 지표면 온도가 50℃를 찍었다.
ESA는 "기후변화가 강화되면서 지금 같은 폭염은 더 자주, 그리고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따른 충격 역시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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