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자발적 모임 결성…"교사 생존권 보장하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교사가 사람으로 존중받고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의 교사들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추모집회를 열었다.
이날 검은색 상·하의에 검은 마스크를 쓴 집회 참석자들은 "진상규명 촉구한다", "교사 생존권 보장하라", "교사 인권·교육권을 보장하라", "교권 수호 이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집회는 온라인상에서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추진됐다. 이번 집회를 추진한 교사 측 추산 4000명 이상의 교사들이 모였다. 전남 목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이용해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모임을 추진한 사회자는 "집회를 준비하는 데 48시간밖에 없었는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잘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경기도에서 2년차 초등교사로 근무 중인 한 A교사는 "이번 사건이 나를 향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저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에 대한 존중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무사히 하루를 지낼 궁리를 할 뿐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교사는 "이번 일의 본질은 25명이 넘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교사 단 한명이 짊어지는 것에서 비롯됐다"며 "모든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지지하는 학부모 연대와 교사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2년차 초등학교 교사 B씨 역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학교폭력(학폭) 사례를 겪게 된다는 게 두려워 학폭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면서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고학년을 맡을 때는 각종 성희롱 등 수없이 많은 민원을 겪으며 이런 직업인가보다 묵묵히 견디다 정신과 상담을 예약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9년차 초등교사로 일하는 C씨는 "내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버텼던 게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 아닌지 동료 교사이자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 동안 부당한 현장에 대해 항의해 조금이라도 교육 현장이 바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들의 경험에 기반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경북 하동에서 집회 참여를 위해 올라온 40대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는 "교육열이 강한 수도권이나 부산에서 지역으로 오는 학부모들이 대도시 학교와 비교하며 선생님과 학교를 무시하고 과도한 민원을 제기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서이초 선생님이 겪은 일은 모든 선생님들이 겪는 문제여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올라왔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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