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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인구감소 등 골머리에, 中 '호적' 폐지로 돌파구

- 저장성, 산둥성, 장시성 등 농민공의 도시 진입 막는 후커우 제도 전면 폐지
- 발개위, 국무원 등도 후커우 완화 지시

경기둔화·인구감소 등 골머리에, 中 '호적' 폐지로 돌파구
중국 도시 번화가.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경기둔화와 인구감소, 도농격차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커우(호적) 제도 손질에 나서고 있다.

후커우는 대도시 인구 유입을 통제하고 농촌의 현대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7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선 오히려 중국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3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저장성 정부는 지난 17일 공식 홈페이지에 ‘농업 이전 인구의 시민화를 촉진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성도인 항저우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후커우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계획은 농민공(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호적 근로자)이 저장성 관할 지역에 후커우를 등록할 수 있는 신규 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각 지역마다 달랐던 후커우 등록 제도를 통일해 도시 정착이 쉽도록 보장하겠다는 골자다.

또 전면 폐지에 포함되지 않은 항저우시도 후커우 등록 심사 때 사회보험료 납부 연한과 연속 거주 연한의 비중을 높이며, 연간 후커우 등록 가능 인원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후커우 등록 포인트 제도를 개선했다.

후커우는 신분과 거주지를 증명하기 제도로 1951년 도시부터 시작한 뒤 1958년 농촌까지 확장됐다. 주민등록제도, 본적제도와 비슷하지만 후커우는 중국 정부가 국민의 거주 이전을 통제하기 위한 제로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후커우가 없어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취업이 제한적이고 주택도 살 수 없다. 교육, 의료, 양로, 양육 등 사회보장 혜택 역시 받지 못한다.

중국 경제 발전과 소비를 견인해온 2억9560만명(2022년 기준·중국 국가통계국)의 농민공이 도시에서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후커우라는 족쇄를 푸는 것은 이들 저임금 노동자를 다시 도시로 끌어들여 경제 발전의 기틀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은 각종 경제지표가 갈수록 ‘둔화’를 향하고 있다.

저장성 정부 판공청은 ‘계획’ 정책 해석에서 “농업 이전 인구의 시민화를 촉진하는 것은 저장성의 고품질 발전과 지역 발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며 “새로운 발전 패턴을 추구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이보다 앞서 산둥성도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2월부터 도시 전입 후커우 등록 요건을 전면 폐지했다. 2021년 2월엔 장시성이 모든 지역의 도시 정착 제한을 없애고 주거, 고용, 사회보장 등의 차단막을 거둬들였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재정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 10개 기관은 올해 1월 재정착 지역의 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더 많은 사람이 도시 복지 혜택을 접근할 수 있도록 후커우 제도 완화를 약속했다.

5월에는 중국 국무원이 자신의 후커우 지역이 아니더라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의무를 완화했다.
혼인율과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발개위는 지난해 7월 ‘14차 5개년 계획’에서 개별 초대형 도시를 제외한 정착 제한을 전면적으로 완화하고, 각 도시는 농업 이전 인구 촉진을 위해 도시 거주자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안했다.

쑤젠 베이징대 국민경제연구센터 주임은 "민간 경제의 중요한 지역인 저장성의 활기찬 경제가 광범위한 고용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사회보장과 공공서비스 시스템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유가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