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약 2000건 산사태 발생...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로 산사태, 더이상 막을 수 없는 재난
인명 피해 줄이는 데 총력 다해야, 하지만 현행 주민대피령 제도적 한계 존재
예천 산사태 복구 엿새째 (예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0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가 할퀸 마을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3.7.20 psik@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지난 14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경북 예천군에선 15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사망 피해 유형은 토사유출과 산림 토사유출, 물에 휩쓸림 등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경북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1만1005가구가 집중 호우로 정전 피해를 입었고, 193개 기지국이 통신장애를 겪었다. 상당수 공공 및 사유시설은 물론 농경지 등도 폭우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매년 한반도를 강타하는 집중호우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강력해지면서 도시지역 뿐만 아니라 비(非)도시지역의 피해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집중 호우로 지반이 약해져 일어나는 대규모 산사태는 마을 전체를 휩쓸며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내기 때문에 산사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산사태 발생 징후가 예상될 경우 현행보다 더 강력하고 신속한 '주민 강제대피령'같은 강력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집중호우 증가로 인한 산사태 피해 빈번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산사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668건이 발생했다. 즉 연평균 1933.6건이 발생한 셈이다. 산사태의 상당수가 집중호우와 태풍이 빈번한 7~9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산발적인 산사태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집중호우가 지목된다.
집중호우란 시간 동안 좁은 면적의 지역에서 줄기차게 내리는 큰비를 의미하는데, 한국에선 1시간에 30mm 이상의 비가 쏟아질 경우 사용한다. 보통 한 시간에 20~30mm의 비가 내리면 우산을 써도 비에 젖게 되고, 하수구가 넘치기 시작한다. 또 시간당 30~50mm의 비에는 허술한 축대가 붕괴하기 시작하고 산사태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1시간에 50mm 이상의 폭우가 1년 평균 10.2일 발생하는 등 기상이변에 따라 한반도에선 집중호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같이 집중호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해서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강우 경향이 단기간에 집중호우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피해 자체를 막는다는 발상보다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 같은 피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현행 산사태 대비 체계로는 인명 재산 피해 등을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행법상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지역산사태예방기관의 장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주민대피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산림청 등 지방정부에 해당하는 지역산사태예방기관의 경우 정보수집 능력이 중앙정부와 견줘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지난 예천 산사태에서도 경상북도는 산사태가 일어난 지 만 하루가 다 돼 주민대피령을 내리는 등 피해를 키웠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민대피령 내리도록 하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나서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위급한 상황에서 주민을 신속히 강제로 대피시킬 수 있도록 산림청장이 직접 '주민강제대피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주민대피령의 발효 주체가 지방정부의 기관장에서 중앙정부의 기관장으로 변경된다는 것이 기존 법안보다 강력한 '통제장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산림청장의 직권으로 주민대피령을 내려서 산사태에 따른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취지"라며 "다른 재난안전관리에서도 중앙정부에서 즉각적으로 주민대피령을 내릴 수 있으므로 산림 분야에서도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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