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예년 평균의 3분의1에 그쳤던 뉴욕증시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오는 9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상장 등 굵직한 IPO를 통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이날 상장된 지중해식 식당체인 카바 IPO를 축하하는 대형 배너가 걸려 있다. AFP연합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긴 겨울 잠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주식시장 랠리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O) 속에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지난해 이후 사실상 실종됐던 상장에 다시 새싹이 움트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상장 뒤 첫 거래에서 주가가 2배 가까이 폭등했던 지중해식 메뉴 식당체인 카바, 지난주 인공지능(AI) 화장품 업체 오디티테크 상장 등이 그 신호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1년 반 휴지기를 보냈던 IPO 시장에 생명의 싹이 움트고 있다고 보도했다.
IPO 가로막던 걸림돌 사라져
그동안 IPO 시장 부활을 가로막았던 걸림돌들이 지난 수주일간 대부분 사라졌다.
뉴욕증시는 52주 신고가를 경시했고,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기준선 2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둔화됐고, 투자자들은 FOMO 속에 다시 투기적인 베팅에 나서고 있다.
이제 IPO 흐름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는 비상장사들이 상장 결심을 하느냐 여부가 됐다.
공급자 시장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주식자본시장 신디케이트 책임자인 대니얼 버튼-모건은 "IPO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바로 공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노동절(9월 4일)을 계기로 IPO 시장이 더 정상화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바로 공급이라고 전망했다.
버튼-모건은 상장에 나서려는 비상장사들이 많지 않다면 IPO 시장은 어쩌면 1분기를 더 기다려야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면서 이를 결정하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라고 강조했다.
알짜배기
더딘 IPO 속에 스타트업들은 2년 전이라면 생각도 못했을 체질 개선에 나섰다. 비용을 줄이는 한편 흑자 달성을 위한 노력을 배가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IPO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2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알짜배기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주 상장한 오디티, 지난달 IPO로 돌풍을 일으켰던 카바 등 최근 상장에 성공한 두 업체 모두 이미 탄탄한 흑자를 내는 업체들이다.
9월 중순 ARM 상장이 최대 대어
9월 이후 IPO 시장은 지금보다 더 떠들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IPO 시장의 최대 대어로 기대를 모으는 일본 소프트뱅크 소유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상장이 이르면 올 9월 중순에 이뤄진다. ARM은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것이 목표다.
ARM 외에도 기대주는 적지 않다.
마케팅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도 IPO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흑자를 내고 있는 클라비요는 2021년 자본조달 당시 기업가치가 95억달러로 평가됐다. 클라비요 역시 이르면 9월 중 상장예정이다.
또 차량공유 온라인 장터인 튜로(Turo)도 현재 수개월 안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투자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애플 공동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가 애용한 것으로 유명한 샌들업체 베컨스탁 역시 이르면 올 가을 IPO에 나설 전망이다. 이 독일 샌들업체는 7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스타카트도 올 후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상장을 위한 주간사 은행들을 2년여 전에 고용한 상태다.
한편 올해 뉴욕증시의 IPO 규모는 예년의 3분의1 수준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통적인 IPO 규모는 고작 91억달러로 이전 10년 상반기 평균 27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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