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흑해 곡물 수출 막히자 다뉴브강과 육로로 곡물 수출
EU에 곡물 운송료 인하 방안 제시...비용만 낮추면 더 많은 식량 공급
러시아는 흑해 이어 다뉴브강 항구까지 폭격하며 수출 방해
지난해 7월 15일 공개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해안경비대가 우크라 오데사주 이즈마일의 다뉴브강 하구에서 곡물 운반선을 호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러시아의 방해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농업인들이 철도 및 강을 이용해 곡물 수출을 계속할 수 있다며 유럽 국가들에게 운송비 지원금 도입을 제안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다뉴브강의 항구까지 공격하며 내륙 운송을 방해했다.
우크라 농업 단체인 우크라곡물협회(UGA)는 24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연합(EU)의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공식적으로 운송비 지원금 도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UGA에 의하면 우크라는 2022~2023년 사이 한해 농사를 통해 곡물 및 지방종자(해바라기씨 등 기름을 추출할 수 있는 식물종자) 7300만t을 생산했으며 5800만t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2900만t은 흑해 항구를 통해서 수출했으며 1500만t은 다뉴브강 수운, 1400만t은 철도와 트럭 등을 이용해 수출했다. UGA는 올해부터 내년 사이 6900만t을 수확하여 4500만t을 수출한다고 내다봤다.
우크라는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옥수수 수출 4위, 밀 수출 5위 국가였고 수출량의 95%를 흑해 해운으로 처리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 침공 직후 흑해 연안의 우크라 항구를 봉쇄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가던 밀이 끊기면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발생했다. 유엔과 튀르키예, 러시아, 우크라는 지난해 7월 합의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의 곡물 수출을 용인하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해당 협정은 지난 17일 러시아의 방해로 갱신되지 못한 채 만료됐다.
24일 독일 dpa통신은 UGA의 미콜라 고르바세우 회장 인터뷰를 인용해 우크라가 흑해곡물협정 만료 이후에도 다뉴브강과 육로를 통해 계속 곡물을 수출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이미 한 달에 350만t의 곡물을 수출 중이고 가까운 미래에는 이를 450만t으로 100만t 증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200만t의 곡물은 다뉴브강의 항구들을 거쳐 강으로 운송중이며 나머지는 도로와 철도를 통해 인근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고르바세우는 "하지만 전쟁 전에는 매달 흑해를 통해 수출된 곡물이 700만t에 달했다"라며 "우크라 농부들이 계속 농사를 짓게 하려면 운송 비용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압박해 흑해곡물협정을 되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GA는 비록 흑해가 막히더라도 강줄기와 육상 교통으로 우크라 곡물을 독일,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발트해 항구로 옮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EU가 일부 운송비를 보전해주는 대가로 유럽 운송사들이 운송비를 깎아준다면 매월 100만~150만t의 곡물을 추가로 유럽 대륙을 통해 수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도 EU에 우크라 곡물을 발트해 항구를 통해 수출하도록 돕자고 제안했다. AFP통신에 의하면 리투아니아 장관 3명은 EU에 서한을 보내 "발트해 항구들은 우크라 제품을 운송할 수 있는 믿을만한 대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는 곡물협정 종료 이후 이달 18일부터 우크라의 흑해 수출항이었던 오데사주 오데사를 5일 이상 폭격하여 곡물 수출을 방해했다. 동시에 24일에는 루마니아와 가까운 오데사주 레니 등 다뉴브강 항구들을 이란제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올레그 키페르 오데사주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샤헤드-136’ 드론을 동원해 4시간 동안 항구들을 공격했다”며 7명이 다치고 곡물 창고와 항만 터미널이 손상됐다고 알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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