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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 이태원 참사 아픔 보듬어야

[fn사설] 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 이태원 참사 아픔 보듬어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5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이고, 국회가 이 장관 탄핵 소추를 의결한 때로부터 167일 만이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소추가 기각됨에 따라 이 장관은 업무에 복귀했다. 전국을 강타한 '극한호우' 등 각종 재난에서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의 공백이 컸다. 재난대응은 물론 경찰 관리, 정부 인사 등에서도 차관 대행체제의 한계가 있었다. 탄핵 소추에 따른 국정공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2월 8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발의에 참여했다. 무리한 탄핵인 줄 알면서도 밀어붙인 야당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기각 결정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판관 구성이 바뀌면서 예견됐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한다. 9명의 재판관이 서로 견제하라는 권력분립의 이상이 담겨 있다. 현재 보수 5명, 진보 4명 정도의 구성비를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올 4월 중도성향의 정정미, 김형두 두 재판관의 취임이 중도보수 우위를 형성했다. 따라서 많은 헌법전문가들이 기각을 점쳤지만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의 탄핵 심판은 마무리됐지만 탄핵 소추의 원인이 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피고인들의 1심 재판은 9개월째 현재진행형이다. 유족의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구속기소된 핵심 피고인 6명의 재판은 물론 불구속기소된 이들의 재판도 지지부진 답보 상태다.
하루빨리 종결해 유족의 아픔을 덜어주고, 국론분열도 막아야 한다. 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헌재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