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학교장 권한 강화하고 교권 침해 사전 예방대책 필요"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으로 정부와 교육계가 교권 침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지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후 학생들의 '권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학부모들이 '아동학대법'을 악용, 교사들의 지도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5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학생인권조례 등장 후 교권 침해사건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사건은 2009년 1570건, 2010년 2226건이었다가 2011년부터 4801건, 2012년에는 7971건으로 늘어났다. 이후 점차 줄었으나 지난해 교권 침해 심의건수는 3035건으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인권조례와 사법체계를 적용해 교사와 학교 등에게 이의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가 법이나 조례를 확대해석해 이의제기를 남발할 경우 사실상 학교나 교사가 강경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게 교사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학생인권조례처럼 교원 보호장치도 마련 중이다. 지난 1991년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제정을 시작으로 2016년 교원지위법 개정, 2022년 초·중등교육법 개정, 2023년 교육부 고시인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정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 시 조사 및 관리,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교사에 대한 법률상담 및 심리치료 등이 규정됐다.
다만 일선 교사와 법조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비해 교원을 완전히 보호하긴 어렵다고 본다.
중학교 교사 최모씨(29)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도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교권 침해기준을 넘기기도 어렵고 처벌도 미미하다"며 "가장 강력한 처분이 전학이지만 성 관련 사건이 아니고서야 실제로 전학까지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또 "교내 교권보호위원회 업무 또한 한 교사가 담당하면서 추가 업무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피해교사가 문제제기를 해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사 출신인 나현경 변호사는 "현재는 교사의 요청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피해교사의 의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학교장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교권이 약한데 학생의 인권이 강화된 상황에서는 교육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면서 "교육을 전제로 학생의 인권이 중요한데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되레 학습권이 방해되는 상황마저 오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교권 침해사건 발생 시 학교 측의 권한이 큰 편이다.
미국은 체벌이 금지돼 있지만 학교장 권한으로 교권 침해 학생에게 징계, 강제전학 등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위스콘신주의 경우는 교사단체가 교사와 함께 가해학생의 접근금지명령을 요구하는 등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교사단체는 교권 보호를 위해 관련 사건을 교육구와 관할 경찰서에 보고하는 등 교권 보호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뉴욕주 일부 도시 등에서는 학생의 폭력행위에 대해 부모에게 벌금형을 매기기도 한다.
일본 오사카시에서는 교사에게 전치 3주 이상 피해를 입히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 학생은 바로 경찰에 넘기도록 돼 있다.
교육계 전문가는 해외 사례에 비해 국내 법안은 사전 예방책과 실제적 보장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내의 교권보호위원회 등은 사실상 사후조치 중심"이라며 "해외에서는 아예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려면 행정실이나 전담 상담사를 통해야 하고, 꼭 필요하거나 교사가 원할 때 만남을 주선해 사전에 교권 침해 발생을 예방한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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