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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의 귀환과 친강의 몰락이 주는 외교적 의미는?

-'한국·일본과의 관계 증진' 강조… 3국 정상회의 탄력 받을 듯
-작년 말 코로나19 재유행 등에 '불발'됐던 방한 재추진 전망도
-독재진영 북중러 내부적 진통 시달려...中친강의 몰락은 전랑외교의 몰락
-러시아 프리고진 모스크바 진격하다 회군, 북 마구잡이식 인사 오래돼
-신냉전서 자유진영 연대 강화, 자유·규칙기반 질서 수호 이유 더욱 상기

[파이낸셜뉴스]
中 왕이의 귀환과 친강의 몰락이 주는 외교적 의미는?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사진=외교부 제공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7개월 만에 다시 '외교부장'으로 복귀하면서 향후 한중관계 등 한반도 역내 정세에도 변화가 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10년간 외교부장으로 활동했던 왕이 위원은 지난해 말 친강(秦剛) 부장에게 직을 물려준 뒤 외교분야 최고위직인 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을 맡아 그간 중국의 '외교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지난 25일 친 부장을 전격 면직하고 왕 위원을 외교부장으로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친 부장은 최근 한 달여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 등 각종 '설'(說)에 휩싸였던 상황이다.

■中 '한·일과의 관계증진' 강조..한중일 3국 정상회의 탄력 전망도

전문가들은 '전랑 외교'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친 부장에서 왕 위원으로 다시 중국 외교부장이 교체됨에 따라 한중 간 갈등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유행 및 외교부장 교체로 '불발'됐던 왕 위원 방한 및 한중외교장관회담 개최가 재추진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왕 위원은 이달 초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2023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IFTC)' 참석 당시 한중일 3국 간 관계 증진을 위한 민간 교류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서도 '한중일 정상회의·외교장관회의 등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왕 위원은 같은 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도 한중일 3국 고위급(차관) 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당시 박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당초 예정됐던 영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약식 회동'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한중관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칭다오에서 열린 박 장관과의 한중외교장관회담 땐 "자장면을 먹으러 한국에 가겠다"고 말했고, 이에 박 장관도 "한국을 방문하면 나와 같이 북한산 등산도 하고 제일 맛있는 자장면을 함께 먹으면 좋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中 왕이의 귀환과 친강의 몰락이 주는 외교적 의미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5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친 부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일련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대신 참석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11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북중러 내부적 진통 시달려...中 친강의 몰락은 전랑외교의 몰락
전문가 그룹에선 최근 러·우전쟁 중인 러시아는 프리고진의 군대가 모스크바로 진격하다가 회군하는 일이 발생하고, 중국은 발전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으며 중국의 발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차이나 피크(China Peak)’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랑외교의 대표주자로 칭송받던 친강 외교부장이 한 달여간 잠적 후 실각하면서 중국내 내부 권력 투쟁 심화 가능성과 함께 독재국가의 인사시스템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신냉전 시대의 특징으로 '자유진영과 독재진영’의 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독재진영의 대표적인 국가 러시아, 중국, 북한이 내부적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독재국가의 경우에 안으로 곪아도 권력으로 짓눌러 이를 숨기기 때문에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도 저하되는 함정에 빠진다"며 "친강의 잠적이 한 달이 되도록 대내외에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독재국가의 민낯으로 이런 상황은 독재국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잠적중인 친강을 대신해 왕이 위원이 대리 참가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중국은 즉각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친강을 해임하고 왕이를 임명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는 "중국 상무위는 친강을 면직한 사유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으면서 독재국가임을 자처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며 "중국 외교적 측면에선 전랑외교의 롤모델이었던 친강의 몰락은 전랑외교의 몰락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국 외교부장 임명과 해임의 과정에서 독재국가의 단면과 치부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이례적인 내각 파동이 발생해도 중국 인민에게 별다른 설명도 필요 없다는 인식은 인류사의 정치발전과 사회발전에서 중국이 후진국이라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중국 내부적으로는 침묵을 강압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선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반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미 김정은에 의해 마구잡이식 인사가 이루어진 지 오래다. 그런 면에서 독재국가의 공통점이 수렴된다고 볼 수 있다"며 "별다른 설명 없이 국가를 독재자에 의해 마구잡이식으로 운영해도 되는 국가에서 자유는 박탈되기 마련이며, 친강 사태는 신냉전에서 자유진영이 연대를 강화해 자유와 규칙기반 질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더욱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