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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연비 기준 상향 추진...2032년 L당 24.6km

[파이낸셜뉴스]
미, 자동차 연비 기준 상향 추진...2032년 L당 24.6km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28일(현지시간) 연비기준을 상향조정하는 제안을 내놨다. 사진은 2019년 10월 11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고속도로. 로이터뉴스1


미국 연방정부가 자동차 연비 기준 상향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연료비 지출을 줄이는 조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전미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28일(이하 현지시간) 2027~2032년형 신차 연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를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은 2026년형 자동차의 경우 갤런당 49마일(L당 20.8km)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기준이 바뀌면 2032년형 모델은 갤런당 58마일(L당 24.6km)로 연비를 높여야 한다. 연비를 18% 넘게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2027년형 모델부터 승용차 연비는 연간 2%, 픽업트럭 연비는 연간 4% 개선되도록 하고 있다.

또 2030~2035년형 상용 픽업트럭과 작업용 밴은 매년 연비를 10%씩 개선해야 한다.

NHTSA는 새 연비기준이 확정돼 실행되면 2050년까지 소비자들의 연료비 지출은 모두 500억달러(약 63조8700억원) 절약되고, 이산화탄소(CO2) 배출은 90억t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 2억3300만대 이상을 도로에서 퇴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NHTSA는 설명했다.

대신 자동차 업체들의 부담은 늘어난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비가 증가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좀 더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최근 수요 둔화 흐름을 보이는 전기차에 수요가 몰리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높아진 연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내연기관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이에따라 고가의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 간 가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전기차는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고 있고, 이 과정에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섰고, 포드자동차 등이 그 뒤를 따라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기 위한 걸림돌을 그 이전에 치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가로 막는 최대 걸림돌은 부족한 충전 시설이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연방정부가 지원하고는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연비기준이 강화되면 한동안 내연기관 자동차 마진 축소, 전기차 충전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