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연수 강화 해결책 내놓는 교육당국 지적
"아동학대법이 교사 손발 묶어…특수교사 예비 범법자"
서울교대 교수 "진상규명·인권 회복 위해 동참 호소"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교육당국은 교권 침해의 원인을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전국의 교사들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두 번째 집회를 열었다.
이날 검은색 상·하의에 검은 마스크를 쓴 집회 참석자들은 "아동학대 처벌법을 개정하라",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정상적 교육환경 조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22일에 이어 두번째 집회로 온라인에서 한 교사가 자발적으로 제안해 추진됐다. 집회 측 추산 3만명 이상의 교사들이 경복궁역 인근 4곳에 걸친 구역에 모였다. 이 중 1900여명의 비수도권 교사들은 충남(9대), 전남(8대), 경남(7대), 충북(6대) 등 총 45대의 버스를 대절해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 측이 준비한 3만2000개의 피켓은 모두 동났다.
주최 측 사회자는 모두발언에서 "교육당국이 교권 침해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해 교권이 침해된 것처럼 연수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놓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유사 사례 발생 예방을 위해 각종 교원 연수, 심리정서 교직원 지원 등 모호하고 실효성 없는 방안이 아니라 공교육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제대로 원인을 진단해 처방하라"고 주장했다.
21년차 광주광역시 초등교사는 "지난해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교사가 됐다"며 "아동학대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1년을 싸운 끝에 지난 17일 민형사 모든 소송이 기각되고 혐의를 벗어 축하받던 순간에 저보다 20살 어린 막내 교사가 교실에서 목숨을 잃어 분노와 무력감, 죄책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교사에게 마음 놓고 소신있게 바른 것을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라"며 "저희는 죽음에 내몰려 있다. 아동학대법이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사를 협박하는 데 악용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특수학교에 재직 중인 9년차 특수교사는 "특수학교는 의도적인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구분이 어려운 데다가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에 교사를 탓하는 관리자나 학부모도 있다"며 "아동학대법 앞에 특수교사는 예비 범법자가 되지만 동시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인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도현 예비교사는 "교사를 꿈꾸며 배워온 것들이 지금의 비정상적 교육 환경에서 쓸모 없음을 알게 돼 교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학생을 사랑하고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사가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102명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명의 성명서도 발표됐다.
홍성두 서울교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애도 기간 중에 희망과 회복의 행동을 보여주는 여러분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확신시켜주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며 "시간이 흘러 2023년 7월 여러분이 어디 있었는지 묻는다면 뜨거운 열정과 폭우보다 많은 눈물로 교육 정상화를 위해 거리에 있었다고 답해달라"고 말했다.
교수진은 성명서를 통해 "교사 인권 추락은 대한민국 미래의 추락"이라며 "진상 규명과 교사 인권 회복을 위해 모든 교육 관계자들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서울교대 교수들은 7·18 교육공동체 인권연구소(가칭)를 설립해 교육 공동체 인권 향상을 위한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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