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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혈종 진단 놓쳐 하지 마비... 대법 "대학병원 주의의무 위반"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음에도 전원 조치했다 결국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대학병원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0월 허리통증으로 B대학병원을 찾아 응급실에 입원했다. 전공의는 요추 MRI 검사를 한 뒤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했다. 그런데 A씨는 전공의로부터 '앞으로 3일간 휴일이라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하자 병원은 전원 조치했다.

그런데 이틀 뒤부터 통증이 심해지면서 다리에 마비 증상까지 나타나자 B대학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하지 마비로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당시 MRI 판독 결과,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 걸친 척추 경막외혈종 등이 나타났다. 척추 경막외혈종은 증상 발생 후 '골든타임' 12시간 이내에 수술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씨와 가족들은 2018년 3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은 병원의 손을 들었다. 경막외혈종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보존적 치료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대학병원 측 항변을 받아들였다. 수술이 아닌 전원조치를 한 것은 진료 방법 선택의 합리적 범위에 있었고, 당시 A씨가 가벼운 신경학적 증상만 있어 수술 등 의료 행위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설명 의무 위반도 아니라는 것이 하급심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이 달랐다.
당시 전공의가 영상의학과 판독 없이 요추 MRI 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한 만큼, A씨의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척수 결막외 혈종은 증상 발생 후 12시간 이내 수술받지 않으면 치명적 합병증 발생 가능하다"며 "만약 전공의가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했으면서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했다면 추후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었으므로 옮겨가는 병원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