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나토 가입, 왜 극동이 위험해질까
중립국 스웨덴 자유진영에 선다는 것은 러시아 대서양 진출 길 완전히 차단 의미
中도 앞바다 벗어나면 韓·日·대만에 갇혀
‘일대일로’‘9단선’ 정책으로 대양 진출 야심
"스웨덴의 NATO 가입에 찬성한다. 국회에서 빨리 비준하겠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러시아도 미국도 깜짝 놀랐다. 스웨덴은 사실상 서방 진영에 있으면서도 1991년 과거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돼 체코 등 구 소련연방들이 줄줄이 NATO로 갈아탈 때도 끝까지 중립을 지켰던 나라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결정으로 스웨덴은 이제 완전이 서방 진영에 선다. 북해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중립국 스웨덴이 자유 진영에 선다는 것은 러시아가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NATO 가입 신청을 했지만 회원국 튀르키예의 반대로 가입이 번번히 좌절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때문에 에르도안의 비위를 맞추며 갖은 구애를 해왔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바이든의 손을 덥석 잡았다. 러시아가 정말 화들짝 놀란 이유다.
그러나 미국도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 바다로 나오는 길이 차단된 러시아가 이제 극동쪽으로 눈을 돌려 모든 압력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대만과 한반도다. 그 중 진앙은 대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곳은 이미 중국이 대만을 앞에 두고 "싸울 준비가 다 끝났다"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는 "2024년 미국 대선의 혼란을 틈타 중국이 대만을 칠 것"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가세한다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세 나라가 부딪히는 가장 복잡한 '판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푸틴은 지난 5월 중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주며 이를 예고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원래 청나라 영토였지만 러시아가 영토분쟁을 벌여 1858년 편입한 중국 땅이다. 이제 중국은 자국항구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이 본격화 된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중국이 함께 쓰게 됐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에게 블라디보스토크는 대륙에서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항구다. 그래서 태평양 함대도 이 곳에 주둔하고 있다. 중국에게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동쪽이 바다를 접하고 있는 거대한 나라지만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이 없다. 자유민주주의 서방 진영의 국가들이 그 바다를 막고 있어서다. 그런 중국에 러시아가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전초기지를 공유한 것이다.
■러, 대양으로 나가기 위한 몸부림에 체제 붕괴까지
러시아와 중국은 사실상 내륙국가다. 러시아는 영토의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바다를 끼고 있고, 중국도 동쪽에 바다를 두고 있지만 유사시에는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자신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미국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서양을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는 항구는 러시아의 심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칼리닌그라드가 있다. 두 도시 모두 발트해에 접해있어 스웨덴 바닷길을 통하면 대서양의 시작인 북해로 나갈 수 있다. 특히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있는 특이한 항구로 스웨덴 바로 코밑에 위치해 있다. 북해로 나가는 가장 빠른 길목이어서 러시아로서는 가장 중요한 항구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북해를 나와도 대서양에 이르기 위해서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그린란드가 지키는 바다를 통과해야 하지만 워낙 넓어 저지선을 뚫지 못할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스웨덴이 서방 진영에 포함되면 이 항구는 유사시에 유명무실화 된다. 발트해가 NATO의 지배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지키는 좁은 발트해를 빠져나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위쪽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최북단 항구 무르만스크가 있지만 이 곳은 북극해를 이용하는 곳이어서 겨울에는 가동을 못한다. 10월부터 영하 21도까지 내려가 한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져 항로가 막히게 된다. 러시아에서 가장 따뜻한 항구는 남쪽 흑해에 위치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플 항구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빌려서 사용했지만 푸틴이 지난 2014년 무력으로 합병한 곳이다. 그러나 세바스토플을 통해도 튀르키예의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해야 하고, 그리스가 지키는 에게해, 이탈리아의 지중해, 스페인의 지브롤터해협 등이 있어 대양으로 나올 수 없다.
동쪽의 블라디보스토크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이 지키는 동해로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며, 대양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북쪽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 오오츠크해의 사할린과 쿠릴열도를 지나야 한다. 그러나 이 곳은 11월부터 영하 3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곳이다. 겨울에는 발이 묶인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1904년 발트함대의 악몽을 통해 제해권의 중요성을 뼈에 사무치게 경험했다. 1904년 2월 일본이 만주 뤼순의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면서 러-일전쟁이 시작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발트 함대는 뤼순을 지원을 위해 항구를 떠났지만 바다를 장악한 영국의 방해로 아프리카를 돌아 대한해협에 이르는데 무려 1년이 걸렸다. 이듬해 5월 한반도 인근에 진입하지만 이미 뤼순은 한참 전에 일본에 함락당한 상태였다. 무려 1년 넘게 걸린 항해 끝에 일본을 마주한 러시아 함대는 결국 전멸했다.
구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도 바로 바닷길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내륙국가였지만 바로 밑에는 인도양의 요충지 파키스탄 과다하르 항이 있었다. 최종 목적지는 바로 이 곳이었다. 그러나 소련은 미국-사우디-알카예다의 저항에 막혀 결국 10년 전쟁 끝에 아프간에서 패배하고 곧 체제 붕괴를 맞았다.
■中, 모든 무리수의 목표는 오로지 '대양 진출'
중국은 어떨까. 황해, 남중국해 등 꽤 넓은 근해를 두고 있지만 태평양으로 나오기 위해 앞바다를 벗어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갇혀버린다. 중국은 황해에서 출발하면 한국과 일본, 일본과 대만에 묶인다. 남중국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만과 필리핀이 지키는 바다를 통과하지 않고는 대양으로 절대 나올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대만을 중국이 차지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태평양을 앞바다로 가지게 된다. 중국이 "싸울 준비가 끝났다"며 연일 외치는 이유다.
시진핑이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일대일로 정책'은 이같은 지정학적 약점을 깨기 위한 것이다. '일대(하나의 띠)', '일로(하나의 길)'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시아크누빌, 미얀마 시트웨,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 함판토라, 파키스탄 과다하르, 예멘 아덴을 통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의 관문 그리스 피레아스 등을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거대 자본을 동원한 차관 형식으로 이들 국가의 항만, 철도,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해주고 기반시설을 이용하는 권리를 취득하고 있다. 경제지원을 통한 조차지만 사실상 자국 영토로 편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억지에 가까운 '9단선'을 외치며 공해 전체를 자신들의 영해로 규정하고 있다. 일대일로가 인도양, 대서양으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면, 9단선은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것이다. 9단선이란 중국이 상대국과 영해를 정할 때 상대국과의 거리 중 10분의 9까지를 자신들의 영해로 선언한 것이다. 쉽게 말해 모든 인접국과 접한 바다의 90%를 자신들의 영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인접국인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의 영해 개념을 9단선으로 단정하고 있다. 이에더해 센카쿠제도, 스플래틀리 제도, 파라셀군도 등 많은 곳마저 자신들의 영토라며 극한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중국은 또 공해상의 작은 암초에 인공섬을 덧대 선착장과 군사시설까지 조성하고 있다.
■시진핑, 푸틴이 바라보는 한 곳은? 바로 대만
이제 시진핑과 푸틴의 눈이 함께 모아지고 있는 한 곳이 있다. 바로 대만이다. 커다란 영토를 가진 초강대국임에도 대양 진출이 철저하게 차단된 두 나라의 가장 큰 목마름을 해결해 줄 섬이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앞두고 '통일 전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속내는 당연히 대양 진출의 유일한 교두보이자 시작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5월 자국의 유일한 동쪽 군사항구 블라디보스토크를 공유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만약 대만이 서방진영의 품에서 벗어나면 두 나라가 공유하며 대양 진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만 전쟁이 중국과 대만의 전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 의회는 조 바이든에게 "대만 전쟁이 일어나면 개입할 것인가"를 묻기도 했다. 바이든의 대답은 "물론 그렇다"였다. 무려 세 번이나 확답했다. 이제 대만은 동아시아에 있는 자유 서방세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봉쇄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됐다. 더 무서운 것은 동아시아 전체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일어날 경우를 가정해 워게임을 벌인 결과 미국은 대만을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 4개 전투비행대대 중 2개 대대를 출격시키고, 지상군 2만8000여명 중 핵심인 미육군 2사단을 대만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자동 개입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냉전체제의 가장 단단한 고리인 북한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의 사주 아래 북한이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해당한다.
더구나 러시아까지 움직인다면 상상하기 힘든 가정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 "가장 시급한 관심사는 (북한이) 이 상황을 이용하기 위한 북한의 군사행동"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한반도에 무서운 격랑이 다가오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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